“정신과 의사와 상담 도중 싸워…자존심 짓밟았다는데 잘못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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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보고 있는 의사, 자료 사진 / Chay_Tee-shutterstock.com

한 네티즌이 1년 넘게 다닌 정신과에서 의사와 싸운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정신과 의사한테 내가 많이 잘못한 거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우울증으로 1년 넘게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는 A 씨는 “의사가 원래도 좋은 말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근데 내 성격 문제에 직면하게 해주고 도움이 많이 됐고 신뢰하고 있었다”며 “근데 어제 정신과를 다녀와서 완전히 틀어져서 병원을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진짜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제 의사가 요즘 잠은 잘 자냐고 묻길래 ‘그동안 한 번도 말씀 안 드렸던 게 있다. 예전부터 수면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아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의사가 정확하게 진단을 받은 거냐고 물었다. 그래서 예전에 가정의학과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진단받고 약도 먹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남녀, 자료 사진

이때부터 A 씨와 의사의 말다툼이 시작됐다. 의사는 A 씨에게 “가정의학과에서는 얘기만 듣고 약을 처방해 준 것 같다. 그리고 의사한테 이 병 아냐고 묻는 건 실례다. 의사의 자존심을 짓밟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죄송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정신과 분야인 줄 몰랐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의사는 “가정의학과보다는 정신과 쪽이 훨씬 가깝다. (그 병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저녁에 따뜻한 차 한잔 드세요’라고 조언을 하는 것도 그렇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에 A 씨는 “확실히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다”고 받아치자 의사는 “진단을 받으려면 수면 검사를 해야 하는데 안 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 요즘 의사들의 현실이다. 인터넷만 보고 환자들이 자가 진단을 한다”고 꼬집었다. A씨는 재차 사과하며 “가정의학과에서 받은 약을 계속 먹고 싶었는데 최대한 안 먹고 버텼다. 그 약이 의존성이 있다고 그랬다”고 말을 돌렸다. 그러자 의사는 “누가 의존성이 있다고 그러냐. 그렇게 치면 모든 약이 의존성이 있는 거냐”며 의존성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의존성의 정의가 궁금한 게 아니다. 의사의 직업적 고충과 환자의 증상 호소를 분리해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사는 “어떻게 분리할 수 있겠냐.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지 않냐. 보통 환자랑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는데 A씨는 내가 친해졌다고 생각하는지 선을 살짝 넘을 때가 있다. 그동안은 A씨 눈치 보면서 비위 맞춰주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참다못한 A씨는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고 증상도 좋아졌다. 근데 이제는 신뢰도가 무너져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진료 기록을 떼 달라”고 요구했다. 의사는 “이거 봐라. 이게 A씨의 문제다. 다른 사람들은 트러블이 있더라도 이렇게 관계를 엎어버리지 않는다. 그동안 나도 A씨도 노력했기 때문에 이만큼 온 거다”라고 타일렀다.

이를 본 일반 직장인들은 “의사가 우울증 초기 증상인 거 아니냐”, “하지불안증후군이 정신과랑 연관된 걸 모를 수도 있지 않냐”,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파서 간 건데 의사가 기분 나쁠 것까지 고려해서 말을 해야 하나”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동종 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은 “충분히 기분 나쁠 만하다”, “일반 진료에 저렇게까지 환자 면담을 한다면 정말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깔려있는 거다”, “나 같아도 기분 더러웠을 것 같다”, “딱히 화날 일은 아닌 것 같다. 나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겼을 듯” 등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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