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라인’ 매각하라” 일본 정부의 거센 압박… 한국 정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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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메신저 ‘라인’을 매각하고 나가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틱톡의 개인정보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틱톡 퇴출’ 법안을 내놓은 것처럼, 각국에서는 플랫폼 관련 사안에 대한 감시와 조치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도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한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 라인 자료사진 / Jesse33-shutterstock.com

라인야후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신중호 대표이사 겸 CPO(최고제품책임자)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되며 CPO 직위는 유지된다. 앞서 신중호 CPO는 지난 3월 31일 스톡옵션 3000만주 가량을 포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신 대표의 거취에 더욱 이목이 쏠렸다.

앞서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악성코드에 감염돼 일부 내부 시스템을 공유하던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행했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자본 관계 재검토’라는 부분이 포함돼 네이버에 지분을 팔고 일본에서 떠나라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지분율 64.5%)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일본의 이런 태도에 대해 전 세계적인 플랫폼 쟁탈전과 맞물려서 설명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년 1월 19일까지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라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에 서명했다. 대통령 재량에 따라 기한을 90일 연장할 수 있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틱톡은 미국 앱스토어에서 영구 퇴출당한다. 이에 틱톡은 지난 7일 워싱턴 DC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해당 법안이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틱톡 때리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중국과의 대립 때문이다. 미국 정치권은 틱톡이 수집한 민감한 사용자 정보가 중국 정부에 흘러 들어갈 경우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럽 역시 2020년 미국과 EU가 맺은 ‘프라이버시 실드’ 협정을 무효 판결했으며 2018년부터 개인정보 보호 정책 GDPR을 시작으로 디지털시장법, 디지털서비스법 등 해외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인 기시다 일본 내각이 라인을 강탈한 후 자국 정치에 활용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현재 집권당인 자민당은 지속적인 증세와 경기 하락으로 인해 인기가 하락했고, 지난달 28일 치른 중의원 보궐 선거(3개 선거구)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모두 승리해 정권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시다 내각 입장에서 네이버를 내쫓고 라인을 가져갈 시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플랫폼 획득과 함께 일본 국민에게 ‘자주성’을 어필해 곧 있을 총선에서 대역전극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 로이터연합뉴스

선례도 있다. 2018년 프랑스의 르노와 일본의 닛산은 합작기업인 닛산-르노 얼라이언스를 갖고 있었다. 이후 대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플로랑주 법’이 프랑스에서 발효되면서 르노의 영향력이 커지자 닛산의 지배력 약화를 우려한 일본 당국이 비위 혐의 등을 씌워 르노에서 내려보낸 곤 전 닛산 회장을 재빨리 구속시켰다.

곤 회장은 2019년 12월 전세기를 이용해 몰래 레바논으로 탈출하며 1년여 억류 생활을 마쳤다. 또 43%에 달하던 닛산-르노 얼라이언스의 로노 지분율은 2022년 10월 15%까지 낮추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크게 올랐다. 라인 사태와 겹쳐본다면 소름이 돋는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 일본 현지 투자에 대한 우리 기업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우리 기업에 대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양국 협정에 따라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라인 지분 매각 압박 논란과 관련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8일 벌인 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투자하거나 사업할 때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부처가 추진할 최우선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 장관은 “국가 간 이해에 기업체가 끼어 있어 정부가 나서야 할 자리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네이버가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경영적 판단을 할 일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정부가) 갑자기 이야기하면 문제 소지가 있다”고 현재 정부 입장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신중하게 국익을 위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뉴스1

다만 야당이 ‘굴욕외교’라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언제까지 정부가 현재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쏠린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 정부가 라인 강탈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손을 놓고 일본의 눈치만 보고 있다”라며 “네이버는 이미 일본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소프트뱅크와 라인 지분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는 적대국에나 할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데이터 패권 경쟁 시대에 윤석열 정부가 라인을 일본에 내준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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