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도, 스타트업도, 소비자 단체도 공정위 플랫폼법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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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수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학계와 스타트업, 소비자 단체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플랫폼 규제가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것이라며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쟁점 진단을 주제로 열린 한국지역정보화학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정유림 기자]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쟁점 진단을 주제로 열린 한국지역정보화학회 세미나에서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은 국경이 없는 무한 경쟁 시장으로 신규 진입도 자유롭고 경쟁성과 변동성의 폭이 큰 특성상 독과점이 더 어려운 구조”라며 “오히려 국내 제조업 등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어려운 특성을 가진 산업군과 비교하면 플랫폼만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수범자(기업)의 관용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정부는 독과점 산업의 상위 사업자가 가격 인상이나 경쟁 사업자와 담합을 할 유인이 높아 소비자 후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독과점의 폐해로 지적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국내 기업이 정부의 우려처럼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며 경쟁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은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부당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심우현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기존 규제는 주로 산업 영역별로 규제가 만들어져 업역을 넘어선 플랫폼 분야를 규율하기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플랫폼 영역의 시장 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진행돼야 하고 쇼핑, 콘텐츠 등 영역별로 어떤 유형의 규제가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소비자 단체도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소비자 정책 감시 단체인 컨슈머워치의 곽은경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서비스들은 기업의 혁신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온 것”이라며 “자사 우대 등으로 규제를 받게 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의 서비스 제공이 제한돼 소비자 후생을 떨어트릴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네이버 지도에서 제공하는 식당 예약 서비스나 할인 쿠폰이 ‘끼워팔기’로 규정돼 규제 대상이 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자사 서비스 추천이나 맞춤형 서비스 등을 받지 못하면 선호할 만한 상품이나 콘텐츠를 일일이 따로 검색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 기업을 규제한다면 중소 사업자나 기업을 보호한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해외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며 “다양한 국내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스타트업·벤처 업계에서도 법안 제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스타트업 2246곳을 회원사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최성진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Space)에서 플랫폼 규제 법안과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정부가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강력한 규제를 하겠다는 의미로, 결국 어느 정도 이상 성장하면 기업을 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게 된다”며 “사실상 기업들의 성장에 한계를 씌우는 것과 다름없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다음 달 중 정부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의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구 페이스북)와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이 규제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제재가 실질적으로 어려워 결국 국내 기업에 규제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여기에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통상 마찰 우려가 제기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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