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반발에 한발 물러선 공정위…업계는 “입법 철회해야”

121

[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수의 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당초 이달 중 법안 공개가 예상됐으나 발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공정위는 다양한 대안을 열어두고 법안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입법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8일 공정위의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따르면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이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다. 공정위는 “스타트업·소상공인·소비자들의 부담을 야기하는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보다 신속히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국내외 업계, 이해 관계자와의 폭넓은 의견 수렴·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규율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은 소수의 대형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고 자사 우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금지 등 4대 반칙 행위에 대한 감시 강화를 골자로 한다.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막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지만 각계에서 우려를 표하며 반대했다.

업무 보고 발표 전인 지난 7일 공정위는 브리핑을 열고 “사전 지정 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법안을 제정하겠다는 원칙은 명확히 밝히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변경 가능성을 열어둬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안의 수혜자로 여겨졌던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성장에 한계를 씌우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대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플랫폼(지배적 사업자)을 사전에 지정하려면 매출이나 이용자 수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들이 근거가 될 텐데 이는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공정위가 정한 기준까지 크면 규제를 받게 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게 된다”며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플랫폼법이) 회사의 성장에 한계를 만든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 상공회의소는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한 한국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등 미국 기업을 사전 규제할 경우 통상 마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초 법안 제정을 추진하게 된 취지와 다르게 미국 ‘빅테크'(대형 IT 기업)나 국내 기업이 규제를 받는 사이 중국 기업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 국제경제석좌 겸 선임자문관도 지난 1월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겨냥해 중국 기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정위가 한발 물러서면서 업계는 한숨을 돌리면서도 ‘입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을 적용 받는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것이 핵심으로 여겨졌는데 그 부분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돼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하지만 입법이 완전히 철회된 건 아닌 만큼 신중하게 지켜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등 정보통신(IT) 업계 협·단체가 참여하는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 관계자는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아도 기존 공정거래법을 통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사안이어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입법을 추진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건 여전하다”며 “논의 자체를 중단하고 입법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