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⑬”신주발행 무효 vs 적법” 치열한 법정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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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을 무산시키기 위해 한미그룹 오너 일가 임종윤, 종훈 형제가 제기한 제3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임 형제와 송영숙, 임주현 모녀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쟁점은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 경영상 통합 목적의 타당성, 신주발행 결정 전 경영권 분쟁 여부 세 가지다.

21일 수원지방법원(제31민사부, 재판장 조병구)에서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2400억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아들들인 임 형제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이 열렸다.

“재무 안정적” vs “자본확충 시급”

먼저 양측은 한미그룹의 재무상황에 대해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신주발행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재무구조가 위태롭다는 주장과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10월 약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결정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임종윤·종훈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재무구조는 매우 견조하며 한미약품과 JVM, 북경한미 등 최근 자회사 모두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급작스럽게 신주발행을 통해 자금을 외부에서 끌여들이려는 현 상황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측은 경쟁사보다 현저히 낮은 유동비율, 당좌비율 등의 재무지표를 인용하며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재무구조가 견고하다는 형제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배당 등으로 재무상태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재무적 취약성은 종근당, 유한양행 등 경쟁사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며 “이러한 현실을 본다면 자금마련 필요성이 없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 회장 사익 목적” vs “사업 시너지 기대”

제3자 신주발행의 핵심으로 꼽히는 경영상 목적에 대한 입장도 달랐다. 당초 송 회장은 OCI홀딩스와 통합을 두고 OCI그룹이 해외에 상당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한미그룹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형제 측은 “한미그룹은 OCI와 사업영역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OCI가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한미그룹이 OCI와의 통합으로 사업상 이익이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임 형제는 제3자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보다는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한미사이언스 일부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임 형제 주장에 대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석한 OCI 대리인인 김앤장의 노재호 변호사가 경영상 목적의 명백함을 강조하고 나섰다. 노 변호사는 “한미그룹은 지난해 50주년을 맞이했고 앞으로의 50년을 위해 혁신신약 연구개발(R&D)과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개척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며 “이 세 가지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인적, 물적 자원 확충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1개 신약 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평균 13년이 걸리고 1.8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한미그룹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R&D 투자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자금조달이 갈수록 늘어가면서 R&D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가족간 경영권 분쟁 여부도 평행선

이와 함께 양측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신주발행을 결정하기 이전부터 경영권 분쟁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도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판례 상 경영권 분쟁 중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제 측은 표면적으로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분율이 비슷한 형제와 모녀 사이에 지속적인 대립이 있어왔다고 주장했다.

임 형제 측은 “모녀가 두 형제를 경영에서 배제하면서 지속적으로 갈등이 발생했으나 이를 문제제기 하기 전에 경영권을 넘기는 거래가 기습적으로 발표됐다”며 “양측이 갈등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어느 일방이 우호세력과 연합해 지분관계를 변동시키는 것은 지배권 변동을 목적으로 신주를 발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종윤 사장이 지난 2020년 송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한 사례 등으로 미뤄봤을 때 이전부터 형제와 모녀 간에 경영권과 관련한 갈등이 있어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보유지분을 현물출자해 DxVx(디엑스앤브이엑스) 최대지분을 취득하는 등 한미약품그룹이 아닌 개인회사 경영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에 마음을 두었다면 지분을 매각하는 일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미약품그룹 이사회에서 물러난 것도 DxVx 등 개인회사 경영에 치중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양측 간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이날 가처분 소송 결과는 나오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다음 심문기일은 3월 6일 오후 4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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