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비트코인ETF…맥빠진 가상자산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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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열린 ‘금감원장-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한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이 금감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음달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코인 투자자와 업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이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놓았지만 적용 시기와 세부 내용은 법제화 이후로 미루면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총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투자소득 시행 연기 검토 △가상자산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전담위원회 설치 △거래소 표준 공시제도 추진 등을 내걸었다.

연초부터 총선 시즌이 본격화되고 코인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애초 여당은 지난달 따로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시기를 미뤄 전체 공약집에 담는 수준에 그쳤다.

한달 전만 해도 투자자들과 업계는 정치권의 가상자산 공약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과세 유예, 법인 투자 허용 등 정책이 포함돼 시장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법제화와 제도 정비를 우선시하면서 ETF 허용, 법인투자 등 시장과 업계의 숙원은 기약이 없어졌다. 실제 이번 국민의힘 공약에는 ETF와 법인투자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먼저 공약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이 ETF 허용을 언급했지만 사실상 단기간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민주당은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거래 허용, 코인 매매차익 공제한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 국회의원 가상자산 거래 금지 등 공약을 내놓았다.

여당이 시장을 자극하는 선심성 공약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법제화와 함께 단계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공약을 내놓은 것은 현재 시장상황과 관계당국의 의견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과 정부에서 현재 가상자산 시장이 좋은데 이런 와중에 비트코인 ETF나 법인 투자를 공약으로 내걸고 관련 정책을 만들면 시장을 과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없는 공약을 내지 말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7월 이후 기본법 제정 등 차근차근 제도화를 추진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법인거래와 비트코인ETF는 2단계(가상자산기본법) 입법이 있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며 “금감원이 입법 기능은 없지만 나서서 국회도 설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나 매매차익 공제 확대도 올해 내 시행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당이 공식적으로 과세 유예 공약을 담았지만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국세청 등 관계당국의 의견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상자산 과세는 완벽하게 갖추고 시행하는 게 아니라 과세를 하면서 보완해 나가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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