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정 헌혈 안타까워, 지속적 헌혈로 혈액 부족 해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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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 인근 헌혈버스에서 헌혈이 진행되고 있다.

인맥과 스토리에 따라 원활한 수혈 여부가 결정되는 ‘지정 헌혈’ 제도가 혈액이 절실한 암환자와 가족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움직이고 있다.

지정 헌혈이란 의료기관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구해오라고 요청해 지정된 지원자에게서 헌혈을 받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보유한 혈액이 부족해 환자 치료에 사용할 혈액이 없거나 혈장, 혈소판 등 혈액의 특정 성분을 환자가 필요로 할 때 주로 요청하게 된다.

혈액 부족으로 인한 지정 헌혈, 인맥 없으면 발만 동동

지정 헌혈 사례는 2015년(2511건)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16년(1만 9316건), 2017년(2만 0859건), 2018년(1만 9344건), 2019년(4만 5557건), 2020년(7만 7334건)을 거치면서 계속 증가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었던 2021년 14만 2355건으로 급증했으며, 2022년에도 10만 7470건을 기록했다.

2018~2021년 헌혈 현황(사진=최혜영 의원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를 선언한 2023년(4만 3957건) 이후 단체헌혈이 활성화되며 올해 8월까지 1만 1999건을 기록하는 등 줄고 있지만, 저출산이나 고령화 등으로 인한 중장기적 혈액 부족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혈액이 당장에 급한 환자들은 속이 탄다. 지정 헌혈은 일반헌혈과 달리 헌혈자가 수혈자를 직접 고르는 시스템이어서, 지인이 적거나 커뮤니티·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안타까운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 혈액을 구하기 쉽지 않다.

인권위 진정까지 간 환자들…위아원 헌혈증 기부 ‘훈훈’

이에 참다못한 환자들이 들고일어나기도 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이하 환우회)는 2022년 12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혈병 등 암환자의 지정 헌혈 문제 해결을 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환자들과 가족들은 백혈병과 혈액암 진단받은 환자들이 지정 헌혈자를 구해야 한다는 의료진 안내를 받고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헌혈을 부탁하며 혈액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가혹하다고 호소했던 바 있다.

지난해 8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실에서 열린 위아원 헌혈증 기부식서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왼쪽)과 신예환 위아원 서울경기북부지역연합회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청년자원봉사단 위아원(We Are One) 서울경기북부지역연합회(이하 연합회) 신예환 대표는 환우회와의 인연을 회상한다. 연합회는 지난해 8월 1일 환우회 사무실을 찾아 헌혈증 500장을 기부했다.

위아원 “혈액원과 적극 연대…안타까운 사례 없도록 할 것”

신예환 대표는 “백혈병이나 혈액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서 몇 주간을 연속으로 치료하다 보면 환자 한 명당 헌혈증 수백 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의 기부가 환자분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어 “30살밖에 안 된 친구가 혈액암에 걸려 지인들에게 헌혈을 요청했는데 안 돼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지정 헌혈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위아원에서 혈액원과 적극적으로 연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합회 회원들이 헌혈을 진행하면서 모은 헌혈증 6000여 장을 혈액이 정말 필요한 곳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예환 위아원 서울경기북부지역연합회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위아원은 전국 7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됐으며, 2022년 8월부터 4차례에 걸쳐 대규모 헌혈 캠페인(위아레드)을 펼쳐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헌혈량이 줄었을 때 전국 각지에서 헌혈을 진행하며, 혈액 수급 안정화에 힘을 보탰으며, 올해는 혈액원의 요청에 따라 5만여 명(상반기 2만 5000여 명, 하반기 2만 5000여 명)의 회원이 헌혈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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