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불확실성’에 도전받는 윤정부 ‘전략적 명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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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율 높아진 한미 대외정책

미국 대선 결과 따라 변화 가능성

尹, 대외 불확실성 우려하며

미국 대선 가장 먼저 언급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전략적 모호성’으로 요약되는 문재인정부 대외정책을 비판하며 ‘전략적 명료성’을 강조해 온 윤석열정부가 ‘국제정세 불확실성’이라는 ‘태풍’을 맞닥뜨리고 있다.

유럽·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2년여간 미국과 대외정책 싱크로율을 높이며 기대했던 성과들이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미국 정부를 계승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와 차별화를 앞세워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윤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바로 다음 주에 미국 대선이 있고, 지난 주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제공을 넘어 파병까지 감행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외 불확실성과 관련해 가장 먼저 미국 대선을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듯, 차기 백악관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윤 정부 대외정책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미국 우선주의’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른쪽부터) 해리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자료사진) ⓒAP/뉴시스

바이든 계승할 해리스
동맹 강화 기조 유지
예측 가능성이 장점

해리스 후보가 승리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 정책 계승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소다자 협력체를 다층적으로 꾸리는 ‘격자식 구조(lattice-like)’를 강화하며 한국의 비중 있는 역할을 요구할 거란 관측이다.

정책 연속성이 담보된다는 점에서 해리스 후보 당선은 불확실성에 취약한 경제 분야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기여를 확대하라’는 미국의 요구로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전쟁 추가 관여가 불가피할 거란 평가다.

한미동맹 차원의 안정성은 강화되지만, 한국 역할 확대에 따른 북한·러시아 반발이 예상돼 안보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비용 중심 접근법 추구
역이용 하면 ‘기회’ 될 수도

트럼프 후보 재선 시에는 미국 대외정책이 ‘비용’ 관점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동맹을 자산 아닌 비용으로 간주하고, 양자관계의 편익을 따져묻는 일이 잦아질 거란 지적이다.

일례로 주한미군 주둔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트럼프 후보는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성과로 꼽히는 워싱턴 선언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평가다. “부자 나라를 미국이 왜 지켜주느냐”는 관점에 기초해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을 약속한 워싱턴 선언에 딴지를 걸고 비용 지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트럼프 후보의 비용 중심 접근법을 역이용할 경우, 우리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거란 주장도 나온다. ‘한반도 안보를 한국이 책임질 테니 핵 역량을 갖추게 해달라’는 논리가 먹혀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대선에 영향받을
북러 군사협력 수위

트럼프 후보 당선이 한미 양자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국제정세 측면에선 불확실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유럽·중동 전쟁에 대한 기여를 비용으로 간주하고 ‘교통정리’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전쟁 조기 종식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관련 맥락에서 미 대선 결과는 북러 군사협력 수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쟁 종식시 북러 협력은 재건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지만, 전쟁이 지속될 경우 군사적 거래가 강화될 거란 평가다.

무엇보다 군사협력 심화로 러시아 첨단기술이 북한에 이전될 경우,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한반도에서의 핵강압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 군사 야합은 국제사회에 대한 중요한 안보 위협이면서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긴장감을 가지고 리스크 관리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의 전략적 의도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는 미국 대선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파병의 대가로 주어질 핵·미사일 기술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한미의 대북 억제력, 북한 비핵화, 동북아 관계 구도에 미칠 영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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