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험 바탕으로 한층 더 강화된 대응력
유관기관 협력·신속 대응으로 감염 확산 조기 차단
감염 테러에도 축적된 경험·전문성…흔들림 없는 지휘
“현재 국내에 두창 감염병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2시 질병관리청 긴급상황실에서는 날카로운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긴박감에 휩싸인 상황실 모니터와 함께 전 직원들이 현장 초동조치를 위해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였다.이는 질병청이 실시한 ‘2024 감염병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한 모습이다.
최근 오물풍선 테러 등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질병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두창 테러 대응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모의훈련은 테러에 의한 두창(천연두)이 국내 최초로 발생한 것을 가정했다. 테러단체에서는 두창 바이러스 테러를 위해 자살 테러 공격자 A씨를 포섭해 한국에서 사람이 많은 지역으로 관광할 것을 지시했고 A씨는 두창 바이러스 농축분을 다량 주입하고 입국했다.
이후 A씨는 본인이 머물렀던 파주시 소재 호텔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질병청은 A씨 검체를 검사한 결과 두창임을 확인했다.
질병청은 초기 대응을 위해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에 즉시 상황을 전파했다. 구급대, 군 제독 차량 등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및 생물테러 초동 조치팀은 현장으로 즉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초동 조치팀은 방호복을 착용하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또 현장 합동 대책회의에 따라 경찰 통제선 설치, 화생방·제독 등 기관별 임무에 따라 현장 대응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역학조사도 같이 이뤄졌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당시보다 개선한 방역 통합 정보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전에는 별개로 관리하던 권역 역학조사, 예방 접종 프로세서 관리 같은 상황들이 원스톱으로 처리가 가능해졌다.
오후 2시 30분, 임숙영 질병청 차장 주재하에 상황판단회의가 진행됐다. 두창 환자 발생 이후 30분 만에 초동 조치가 이뤄지고 난 뒤다.
상황판단회의에서는 국내 두창 발생 위험도에 대해서 종합위험도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고 110일 후까지 확진자, 사망자 수의 유행 예측 시나리오 등의 보고가 이뤄졌다.
이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설치 및 위기경보 발령도 격상했다. 괴담 등으로 국민 불안감 및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브리핑, 보도자료 배포 등 대국민 소통 및 정보 전달 계획도 설명했다.
오후 3시 20분 대테러센터에서 테러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함에 따라 오후 4시 지영미 생물테러대응지원본부장 겸 질병청장이 제1차 두창 생테본 회의를 주재했다. 생테본 회의에서는 상황판단회의보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이번 모의훈련에서 돋보였던 건 코로나19 경험을 통해 질병청의 감염병 대응 능력이 한층 강화했다는 점이다.
모의훈련에서 밀접 접촉자가 격리 거부 잠적을 했다는 가정 상황이 발생하자 신속하게 역학조사관과 경찰이 협동해 추적에 나섰고 해당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에게 감염병 통제를 위해 협조해달라는 등 소통 관리도 당부했다.
지영미 본부장 역시 코로나19 유행 때처럼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 의료진 등이 사회적으로 낙인이나 차별받는 것에 대한 우려를 대비하는등 축적된 경험을 통한 세심한 지시를 내렸다. 빈틈없는 감염병 대응의 베테랑임을 입증한 것이다.
마지막 모의훈련에서는 신규 발생자가 한 달가량 발생하지 않자 재난 피해 분야별 규모를 파악하고 손실보상, 심리지원, 예방접종 피해보상 등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차질 없이 논의하며 사후 관리까지 철저한 대응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훈련을 통해 질병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한층 강화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신속한 상황 전파 및 초동 대응, 유관기관과의 협력 체계 등에선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난 질병청…국민 안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질병청은 이번 훈련을 통해 두창 테러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데 주력했다. 지영미 질병청장도 훈련을 통해 보다 강화된 감염병 대응을 위해 매뉴얼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테러의 양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폭탄이나 총기 등을 이용한 물리적인 공격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이용한 감염 테러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두창, 탄저균 등의 치명적인 병원체가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은 현대 사회에 심각한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생화학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아직까지 오물풍선에는 생활 쓰레기 위주의 내용물이 담겨있었지만 언제든지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생화학테러 위험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지 청장도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쓰레기 풍선과 관련해 생물 테러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생물테러 감염병에 대비로 두창이나 탄저 백신 비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 한 바 있다.
감염 테러는 현대 사회에 심각한 위협이다. 단순한 질병 발생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빠른 전파력으로 인해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고 경제 활동이 위축되며, 사회 구성원 간의 불신과 공포가 확산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질병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질병청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책임지는 국가기관이다. 감염 테러 발생 시 최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수호하는 방패 역할을 수행한다.
신속한 감염병 감시 및 진단 체계를 가동해 테러 병원체를 조기에 발견하고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 조치, 접촉자 추적 및 관리, 의료기관 지원 등의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다.
동시에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국내외 감염병 발생 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바이러스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백신 및 치료제 확보하는 데 있어 질병청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 청장은 “이번 훈련은 생물테러감염병인 두창 발생이라는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훈련으로, 관계부처 역할을 면밀히 재확인했다”며 “이러한 훈련을 통해 관계부처가 함께 대비태세를 철저히 점검하고 보다 잘 대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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