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닌지 사원 앞 일본 교토 신상호텔 ‘카펠라 교토’ 후기

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교토 미야가와초 골목에 카펠라 호텔앤리조트가 일본 첫 거점을 마련했다. 141년의 역사를 품은 옛 신미치 초등학교 부지 위에 들어선 ‘카펠라 교토’다.
골목의 풍경을 품은 건축과 공간
게이한선 기온시조역에서 내려 5분쯤 걸었을까.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선종 사찰인 겐닌지 사원 맞은편, 그리고 매일 게이샤와 마이코의 무용 수업이 열리는 미야가와초 가부렌조 극장 사이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하루카 특급열차를 타고 교토역을 거쳐 찾아오는 방법도 있다.

건물 입구에 서면 대나무 외장재와 교차 형태로 촘촘하게 쌓아 올린 목재 천장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교토 기반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메이 엥겔기어가 일본 각지의 앤티크 원단을 수집해 만든 천 가림막, ‘노렌’이 계절의 색을 띠고 걸려 있다.
발걸음을 안으로 옮기면 구마 겐고가 기온 골목을 걷는 감각을 담아낸 설계 의도가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진다. 폭이 좁고 안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교토 전통 주택 구조인 ‘마치야’를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재구성했는데, 중앙 중정을 객실들이 조용히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미닫이 방식의 쇼지 문을 지나 골목길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가 귀를 채운다. 순간 공간이 좁아졌다가 다시 환하게 열리는 극적인 흐름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지하 아트리움에는 인공 폭포가 흐른다. 객실과 공용 공간 전체에는 교토산 삼나무, 편백나무, 대나무를 사용해 발을 디딜 때마다 은은한 나무 향이 코를 찌른다. 정원에 깔린 돌은 강에서, 폭포를 이루는 거대한 돌은 산에서 직접 가져왔다더니 공간 전체가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로 낮고 절제되게 지어진 카펠라 교토는 원래 141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초등학교 부지였다. 복원된 미야가와초 가부렌조 극장, 그리고 새 커뮤니티 센터와 함께 신미치 거리를 이루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된 곳이다.
심지어 공사 전 부지에 있던 벚나무와 단풍나무는 다른 곳에 임시로 옮겨 보관했다가 완공 후 원래 자리에 다시 심었고, 호텔 전체에는 약 500점에 달하는 예술 작품들이 보물찾기하듯 진열돼 있다.
이 골목 안에서는 교토의 시간이 흐른다. 아침이면 극장으로 무용 수련을 받으러 향하는 마이코들의 발걸음을 마주치고, 밤이 되면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게이코와 마이코가 전통 찻집인 오차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교토의 진짜 일상 속에 스며든 기분으로 매일 오후 투숙객이 모이는 공용 공간인 ‘리빙룸’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실제 지역 게이코와 마이코가 작은 다다미 무대 위에 올라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이 끝나면 손님들과 다정하게 눈을 맞추며 질문에 답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는다.

세심한 배려를 담은 89개의 객실
체크인을 하러 앉으면 쫀득한 유자 모찌와 정교하게 각인된 목재 키카드, 은실을 넣은 전통 와시 편지지를 웰컴 기프트로 건넨다. 침대에 비치된 프레떼 침구와 자작나무 섬유 파자마를 만지며 자려고 눕는 순간, 이 호텔이 투숙객을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객실은 총 89개다. 디럭스 시티 룸부터 최상층에 위치한 206㎡ 규모의 카펠라 스위트까지 다양하게 이뤄져있다. 마치야 구조를 고스란히 차용한 객실 안으로 들어서면, 실내 곳곳에 숨을 돌릴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안뜰인 이끼 정원 ‘츠보니와’가 반긴다.
방 안은 공용 공간보다 한층 더 깊고 따뜻한 톤의 목재와 곡선형 가구, 그리고 다다미를 연상시키는 푹신한 카펫을 깔아 아늑함이 가득하다.

침대 위에는 계절을 나타내는 글자를 텍스타일로 새겨놨다. 선종 사찰의 가레산스이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서예적 요소를 교토 전통 직물인 니시진 원단 패널에 정교하게 짜 넣었다.
미니바는 주류를 제외하고 과자와 음료는 무료다. 침대 옆에는 뱅앤올룹슨 블루투스 스피커가 구비되어 있다.

선택한 객실에 따라 풍경도 다채롭다. 전용 온천탕이 딸린 온센 스위트는 6개 실이 있으며, 2베드룸 카펠라 스위트에는 다다미 다이닝 공간과 목재 오후로 욕조, 그리고 야사카 오층탑 조망까지 갖췄다.
호텔 내 레스토랑은 세 곳이다. 대표 레스토랑인 ‘소노마 바이 싱글스레드’는 미국 미쉐린 3스타 ‘싱글스레드’의 셰프 부부와 협업한 오차야 스타일 공간으로, 교토와 캘리포니아의 제철 식재료를 조화롭게 다룬 요리를 낸다.

올데이 브라세리 ‘랑테른’은 조식 뷔페부터 저녁까지 정갈한 식사를 책임진다. 자정까지 여는 심야 다이닝 ‘요이’의 카운터 석에 앉으면 또 다른 역사가 만져진다. 바 아래 깔린 나무판이 실제 초등학교 음악실의 바닥재이기 때문이다. 이곳 카운터 석에 앉아 시티팝을 들으며 제철 요리와 칵테일을 즐기는 시간은 밤의 흥취를 돋운다.

웰니스 시설인 ‘아우리가 스파’는 오직 투숙객만 입장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다. 프라이빗 온센 룸 3개, 남녀 습식 및 건식 사우나, 트리트먼트 룸 4개와 24시간 피트니스 센터가 짜임새 있게 들어차 있다. 마사지를 따로 예약하지 않더라도 사우나와 피트니스 센터는 투숙 기간 내내 무료로 편하게 드나들며 여독을 풀기 좋다.
현지 문화 프로그램인 ‘카펠라 큐레이츠’도 체험해보자. 평소엔 알 수 없는 장소들이 가득하다. 조부모 가업을 이어 100년이 넘은 옻칠(우루시) 공방에서 대대로 계승된 옻나무 칠기 장인의 워크숍에 참여해 볼 수도 있다. 조금 더 일찍 눈이 떠진 아침에는 겐닌지 사원의 고요한 문을 열고 들어가 새벽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해도 좋다.
글, 사진 / 교토=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