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가 2억 넘는다고?”… 달항아리 품고 나온 제네시스 초대형 SUV의 위엄


검은 천이 걷히는 순간, 현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제네시스의 첫 초대형 플래그십 전기 SUV ‘GV90 네오룬’이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 8월 18일 경기 용인 제네시스 수지에서 열린 미디어 디자인 프리뷰 현장에서의 일이다.
해외 일부 매체는 벌써 ‘BMW 가격에 롤스로이스 경험을 제공하는 차’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달항아리에서 태어난 5,285mm의 존재감
GV90의 전장은 5,285mm, 전폭 2,030mm, 휠베이스는 무려 3,245mm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역사상 가장 큰 차체로, BMW X7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보다도 실측 수치가 더 길다.
그러나 위압감보다는 절제가 먼저 느껴진다. 불필요한 선과 장식을 걷어낸 매끄러운 곡면은 디자이너가 밝힌 ‘달항아리의 비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전면을 가로지르는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에는 레이저 미세 가공으로 램프와 차체 경계를 최소화한 ‘컷리스 공법’이 적용돼, 손으로 직접 만져봐도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마감이 정밀하다.
플랫폼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동화 전용으로 개발된 eMP(Electric Mobility Prime)다. 800V 고전압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전륜 240kW·후륜 250kW 듀얼 모터가 합산 최대 490kW(약 666마력)의 출력을 낸다. 최대 토크 800Nm는 현대차그룹 EV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탑재된 배터리 총 용량은 123.5kWh로 역시 그룹 최대이며,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환경부 인증 복합 주행거리는 481km다.

세계 최초 히든 B필러 코치 도어, ‘네오룬 아치 게이트’
GV90 네오룬의 핵심은 도어에 있다. 앞문과 뒷문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코치 도어 구조에서, 차체 중앙 기둥인 B필러를 보이지 않게 설계한 ‘히든 B필러’ 방식을 세계 최초로 양산 SUV에 적용했다.
뒷문은 듀얼 모션 힌지를 통해 차체 바깥쪽으로 먼저 이동한 뒤 회전해, 앞문과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여닫힌다. 각 도어는 버튼 하나로 제어돼 무거운 문을 직접 밀 필요가 없다. 두 문이 열리는 순간 B필러 없는 광활한 실내가 한눈에 펼쳐지며, 롤스로이스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승하차 경험을 제공한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등 일부 초호화 브랜드가 코치 도어를 전통처럼 이어왔지만, B필러를 완전히 제거한 대형 양산 SUV는 사실상 전례가 없었다. 제네시스는 안전 강성과 개폐 편의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독자 구조를 개발하며 이 과제를 해결했다.
‘이동하는 살롱’…실내가 진짜 본론이다

실내에 탑승하면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동식 스위블 시트가 기다린다. 정차 시 버튼을 누르면 운전석과 동승석이 각각 180도 회전해 2열 탑승객과 마주 앉는 라운지 구성이 완성된다. 이때 센터 콘솔 커버를 열면 항공기식 테이블이 펼쳐져 차 안에서 티타임이나 미팅이 가능하다.
4인승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트림에는 천연 우드 베니어 바닥, 2열 타워 콘솔, 내장 냉장고, 온돌에서 영감을 받은 복사열 난방 시스템, 2열과 적재 공간을 분리하는 컴포트 파티션까지 탑재된다. 1열 센터페시아에는 OLED 시네마틱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으며, 기본 23.6인치에서 정차 시 90mm 상승해 약 1.7배 커진 24.6인치 모드로 전환된다.
인포테인먼트는 차세대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차량용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를 탑재했다. 기존 현대·기아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전용 그래픽과 폰트를 사용해 플래그십 전용 고급감을 구현했다. 시동 버튼은 아예 없앴다. 도어 핸들을 당기면 전원이 켜지고, 문을 닫으면 회전형 변속 레버와 크리스탈 스피어 컨트롤러가 자동 활성화된다.
GV90는 이달 1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으며, 국내에는 올해 안에 코치 도어 방식의 네오룬과 일반 스윙 도어 GV90 두 트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북미 기준 기본 가격은 10만 달러 이상, 네오룬은 15만 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네오룬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사양이 2억 원대를 넘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국산 플래그십 전기 SUV가 마이바흐와 벤틀리의 가격표 앞에 나란히 서는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