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안 한 전기차도 과태료…충전구역 ‘무임승차’ 시대 끝난다


전기차를 가졌다고 해서 충전구역을 자유롭게 점유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20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오는 9월 3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충전구역 ‘꼼수 점유’ 세 가지 유형 모두 제재 대상
개정안이 새롭게 규율하는 충전 방해행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기차가 충전기 연결 없이 충전구역에 단순 주차하는 행위다. 둘째, 충전구역 밖 일반 주차면에 차를 세우고 케이블을 길게 끌어다 사용하는 행위다. 셋째, 충전이 끝난 뒤에도 케이블을 분리하지 않고 방치해 다음 이용자의 충전을 막는 행위다.
현행 기준상 일반적인 충전 방해행위 과태료는 10만 원이다. 충전구역 구획선 훼손이나 충전시설 고의 파손은 20만 원이 부과된다. 일부 지자체는 자진 납부 시 20%를 감경해 8만 원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충전 없는 전기차 주차’도 동일한 10만 원 과태료 체계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 민원 폭증이 개정 불씨…안동시만 신고 1,400건

이번 개정의 배경에는 현장 민원의 폭증이 있다. 경북 안동시의 경우, 전기차 충전 방해 관련 신고가 1,400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약 700건에 과태료 처분이 이뤄졌다. 안동시는 “전기차 충전구역은 주차장이 아니다”라는 캠페인을 별도로 전개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충전시설 효율적 이용을 방해하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발생해 관련 민원이 다발하고 있다”고 개정 이유를 공식화했다. 충전구역을 사실상 전용 주차장처럼 쓰는 관행이 전국 공동주택과 공영주차장으로 번지면서, 중앙정부가 법령 차원의 정비에 나선 것이다.
시간 제한 기준도 이미 마련돼 있다. 급속충전기(최대 출력 40kW 이상)는 1시간을 기준으로 초과 시 위반으로 간주된다. 완속충전기(40kW 미만)는 14시간까지 허용되며, 오전 0시~6시는 시간 계산에서 제외해 야간 충전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구조다.
병행주차구역 확대로 주차 갈등 완충…충전 산업 지각변동도 예고
개정안은 규제 강화만 담은 것이 아니다. 기존에 아파트에 한정됐던 ‘병행주차구역’ 제도를 업무시설, 기숙사를 포함한 공동주택 전체로 확대한다. 병행주차구역이란 전기차 수보다 충전구역이 많을 경우 일정 조건 아래 내연차 주차를 허용하는 제도다. 충전구역 규제 강화와 주차난 완화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절충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충전 운영 플랫폼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 것으로 본다. 충전구역 점유 시간 자동 측정, 차량 번호 인식 기반 과태료 연계 시스템, 충전 완료 알림·자동 결제 기능 등의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완성차 업체 역시 충전 완료 알림, 충전 종료 후 이동 안내 같은 차량 내 UX 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화할 유인이 생긴다.
다만 현장 우려도 존재한다. 차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프리컨디셔닝(예열·냉방) 같은 행위를 ‘충전’으로 볼 것인지 경계가 모호하고,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의 단속 부담 증가도 불가피하다. 개정안의 세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현장 혼선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