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폭스바겐·현대차, ‘車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2030년 생존 전쟁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단순 허리띠 졸라매기를 넘어, 차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뜯어고치는 수준의 구조조정에 일제히 나섰다. 혼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재규어 랜드로버(JLR), 현대차까지 주요 완성차 업체 모두가 2030년을 목표 시점으로 영업이익률 9% 안팎의 새로운 기준선을 맞추기 위한 비용 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의 구조적 가격 우위가 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체의 부품 재료비(BOM)와 설비투자(CapEx)는 서구 업체 대비 30% 낮은 수준이다.
혼다 13조원·폭스바겐 5만명…비용 재설계의 규모
일본 혼다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약 13조원)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프레스·단조 부품, 전장 부품,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관련 부품 등 3개 핵심 카테고리에서 30% 비용 절감을 협력사에 요구했다. 1차 협력사에는 2·3차 협력사의 표준화 부품 활용 확대와 중국산 부품 자체 조달 확대까지 주문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감독이사회를 통해 ‘Future Plan 2030’을 공식 승인했다. 핵심은 모델 포트폴리오 50% 축소와 제품 구성 복잡성(트림·옵션 조합 등) 75% 간소화, 그리고 약 5만명의 인력 조정이다. 영업이익률 목표는 현재 3.8% 수준에서 2030년까지 9%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유럽 생산 능력이 시장 수요 대비 50만대 이상 초과 상태라는 자체 진단에 따라, 독일 에멘·츠비카우·하노버·넥카르술름 4개 공장의 단계적 생산 종료도 논의되고 있다.
스텔란티스 9조원·JLR 4,000명…개발기간도 절반으로

스텔란티스는 지난 5월 발표한 ‘FaSTLAne 2030’ 전략을 통해 2028년까지 연간 60억유로(약 9조4,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차량 개발 주기를 기존 최대 44개월에서 약 24개월 수준으로 대폭 단축하고, 유럽 생산능력을 80만대 이상 감축할 방침이다.
개발기간 절반 단축은 플랫폼·모듈 공용화가 선제적으로 실현될 경우에만 가능한 구조로, 신차 출시 속도와 시장 대응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는 사무직·관리직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최대 4,000명 감축, 약 17억파운드 비용 절감이 목표로 거론되며, 손익분기점(브레이크이븐)을 연간 30만대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재무 목표다. 미국 관세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생산 차질, 원가 상승이 직접적인 촉발 요인이다.
현대차, 3%p 매출원가율 절감…하이브리드·현지화가 핵심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지난 8월 26일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매출원가율을 2030년까지 기존 계획 대비 3%포인트 추가 절감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신규 차량 개발·디자인 사양 공용화 확대와 생산 공정 향상 등 차량 전 주기(라이프사이클) 원가 혁신으로 1.5%포인트, 하이브리드 물량 확대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 확대를 통한 재료비 절감으로 1.0%포인트, 북미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을 기존 60%에서 80%로 끌어올리는 현지화 확대로 0.5%포인트를 각각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북미에서는 10종 이상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50% 수준으로 높이고, 글로벌 생산능력도 약 127만대 증설한다.
부품 단가 인하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차종 축소·공장 폐쇄·개발기간 단축·부품 공용화를 통해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으로 격상됐다. 2030년이라는 공통된 데드라인을 앞두고 어느 업체가 먼저 9%라는 마진 기준선에 안착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