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비가 뭐길래…농협금융 부담 확대에 당국까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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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농지비 1528억…전년比 24%↑

매년 수천억원씩 중앙회로 들어가는 돈

정기검사 착수 금감원, 제동 걸까 ‘귀추’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농협중앙회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에 보내는 농업사업지원비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500억원을 넘어섰다. 농지비 규모는 꾸준히 불어나면서, 농협금융의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정조준하는 가운데, 농지비 등을 포함한 중앙회의 영향력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농지비는 1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증가했다.

농지비는 농협은행을 비롯한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 농협금융 자회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매분기마다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볍 제159조2항에 근거해 농업 농촌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농협’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사업비를 부과하고 있다.

책정 기준은 이전 3개년 영업수익에 그룹별 부과율을 곱한 값으로, 영업수익에 따른 계열사별 부과율은 최대 2.5%와 최소 0.3% 범위에서 정해진다. 2016년까지는 ‘명칭사용료’로 불렸다.

농협금융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2012년부터 농지비를 납부해왔다. 최근 5년간 농지비 규모를 살펴보면 ▲2019년 4136억원 ▲2020년 ▲4281억원 ▲2021년 4460억억원 ▲2022년 4505억원 ▲2023년 4927억원으로 지속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해 매출액은 줄었으나 직전년도인 2022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 늘면서 농지비도 증가했다.

문제는 농지비가 농협금융의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농지비는 순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수익성에 악화가 있어도, 농지비를 더 내야 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실제 농협생명은 2018년도에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628억원에 달하는 농지비를 냈다.

이같은 이유로 농지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늘 있었다. 농협금융은 이를 의식해 농지비를 내기 전 당기순이익도 실적자료에 표기하고 있다. 1분기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6512억원, 농지비 부담 전 당기순이익은 7586억원이다.

금감원은 농지비가 자본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몇 년전 농협생명과 농협은행에 농지비 과다산정을 지적하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농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조정을 위해서는 농협중앙회 정관 변경을 해야 하는데, 승인을 허가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오히려 농지비 확대에 긍정적이다. 농협중앙회 역시 지역 농협 활성화를 위해 농지비 확대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농지비 부과율 상한을 매출액의 2.5%에서 5%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긴 농협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다만 금감원의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농협금융 계열사를 대상으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지배구조를 들여다 볼 예정으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농지비 분담 문제도 다시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지비가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것은 별도의 배경이 있다기 보다 영업수익의 증감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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