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야 잘 팔린다”…명품 방정식 따라가는 유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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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식품업계가 ‘골드키즈(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를 뜻하는 신조어)’ 잡기에 나섰다. 국내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며 해마다 어린이 수가 줄어들자, 제품을 고급화하는 방향으로 활로 찾기에 나선 것이다.

배우 박은빈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우유로 세상을 건강하게’ 서울우유 A2+출시 행사에 제품 모델로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유업계 1위 서울우유는 최근 흰 우유 신제품인 ‘A2+ 우유’를 출시했다. A2 우유는 일반 우유에 담긴 A1·A2 단백질 중 A2만 가진 젖소에게서 생산한 우유다. 장 내 염증이나 배앓이를 유발할 수 있는 A1 단백질이 없어 소화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대신, 기존 제품인 ‘나 100% 우유’와 비교하면 mL당 가격이 1.6배 정도 비싸다.

서울우유는 A2 우유에 미래를 ‘베팅’하기로 했다. 오는 2030년까지 원유 생산량 전량을 A2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비싼 가격에도 맘카페 등 어린이를 키우는 고객 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A2 우유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ARC에 따르면 전 세계 A2 우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4억 달러(약 18조5456억원)로 추산된다. 이 업체는 A2 우유 시장이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14.8%씩 성장해 478억 달러(66조1552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업계 경쟁사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당장 A2 제품 출시 계획은 없는 상태지만, 관련 시장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해당 제품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푸디버디’ 브랜드 론칭 간담회에서 푸디버디 마스코트인 팬더와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림]

하림산업이 지난해 말 야심차게 론칭한 어린이식 전용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푸디버디’ 역시 골드키즈를 겨냥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부모의 심경을 담은 제품을 지향하며, 실제 자녀를 키우는 하림 임직원들이 개발에 직접 참여해 머리를 맞댔다. ‘다둥이 아빠’로 유명한 김홍국 하림 회장 역시 브랜드 콘셉트를 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디버디의 모든 제품은 하림의 식품 철학에 따라 신선한 자연 식재료로 만든다. MSG와 합성첨가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고기, 사골, 향신 채소 등 각 자연재료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풍미와 향으로 감칠맛을 살렸다. 나트륨은 성인식 대비 20% 이상 낮다. 어린이들이 부담 없이 씹고 소화할 수 있도록 재료 식감과 크기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반영됐다. 공들인 만큼 가격대는 경쟁 제품 대비 높지만,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개를 넘기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하림은 올해 푸디버디 매출 목표를 300억원으로 설정한 상태다.

식품업계의 어린이용 식품 고급화 경향이 뚜렷해진 건, 국내 저출산 기조가 끝없이 이어지며 해마다 어린이 수가 줄어드는 추세여서다. 국내 출생아 수는 지난 2013년 약 43.6만명에서 지난해 22.9만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2월 기준 출생아 수가 2만 명보다 적은 해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출생아 수 역시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시장이란 의미다.

이와 맞물려 하나뿐인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며 귀하게 키우는 골드키즈 트렌드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식품업체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변화다. 절대적인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품의 프리미엄화는 수익성을 높일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며 “골드키즈 시대로 접어들며 국내 키즈 산업 시장 규모도 해마다 성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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