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주주친화책 내놨는데…’밸류업’ 지원 아쉬움 [1Q 금융실적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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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충격으로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이 급감했지만 주주 환원책은 더욱 강해졌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 주주 환원책 비교/ IT조선
금융지주 주주 환원책 비교/ IT조선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는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나름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KB금융은 연초 연간 배당 총액을 정한 뒤 매 분기마다 똑같이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 도입을 결정했다. 올해는 분기별 3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 1분기에는 주당 784원씩 지급한다. 

이는 상황에 따라 배당금액이 달라지는 ‘분기 배당’과는 차별화된다. 동시에 매년 이익규모에 따라 탄력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배당 총액이 동일 하더라도 주당 배당금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 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의 경우 실적이 악화했을 때 배당 액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의 방법일 수 있지만 실적이 더 개선됐을 때 배당금액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면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이점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1분기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1분기 배당금 525원에서 2.9% 오른 540원으로 결정했다. 또 2·3분기 중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할 계획이다. 신탁계약 방식을 통해 6개월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으로 취득 후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의 1분기 주당 배당금은 600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여기에 연초 발표한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2분기 내 매입 완료해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1분기엔 1500억원 어치 자사주를 취득·소각했다. 우리금융은 주당 18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지방금융도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섰다. JB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첫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현금 105원 수준이다.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분기 배당을 실시한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분기 배당은 1년 중 배당할 것을 4개로 쪼개서 하는 게 취지상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3번에 걸친 분기배당을 고려해 최대 금액을 산정해 금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주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 만큼 주주 환원을 강화해 투자처로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KB금융이 새로운 배당 정책을 발표한 지난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2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세제 인센티브 방안이 빠지면서 주가가 휘청였다. 이튿날 일부 회복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이슈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축소되는 국면은 불가피하다”라며 “긴 호흡을 가지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당국의 언급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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