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부활? 교차하는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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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약 10년 만에 우리투자증권 부활이 공식화된 가운데, 업계 내부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의 첫발을 떼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기대할 부분이 있지만, 증권업권 내에서 보여줄 존재감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종합금융(이하 우리종금)의 한국포스증권(이하 포스증권) 인수설 등장 당시부터 거론됐던 ‘인수합병(M&A) 실효성’ 논란을 실제 인수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것. 증권업의 핵심인 ‘중개 거래’, 즉 리테일 부문의 영업력이 업권 내 성장을 가늠할 요소인 상황에서 ‘점진적 성장’이라는 원론적 입장 외엔 차별화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형급 증권사의 추가적 M&A가 이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금융이 강조하고 있는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성장은 요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석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우리금융

‘10년 만에 컴백’하는 우리투자증권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이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을 공식화한 가운데,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단 우리금융은 이번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합병에 따른 증권업 재진출이 ‘IB와 디지털이 강력한 국내 선도 증권사 육성’이라는 지주사 전략 기조에 부합할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종금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라는 그룹 전략에 따라 우리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IB사업 역량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5000억원 유상증자와 함께 최근까지 다수의 증권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등 성장동력도 확보해왔다.

특히 지난 4월 말에는 기존 서울 남대문 인근에 있던 우리종금 본사를 여의도로 이전하며 증권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또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포스증권 또한 3700개가 넘는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펀드 판매 전문 플랫폼으로서 개인 고객 28만명, 고객자금 6.5조원이라는 풍부한 리테일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 통합법인은 자기자본 기준 18위권의 중형 증권사로 자리잡게된다”며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강점을 조합하면 우리금융이 추구하는 IB와 리테일영업의 두 날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슈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타 증권사와 달리, 포스증권의 경우 별다른 부실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번 인수의 기대효과를 높이는 요소라는 입장이다.

여의도 증권가. / 사진=이미지투데이
여의도 증권가. / 사진=이미지투데이

화려한 컴백에 공존하는 ‘기대와 우려’

다만, 우리금융 내부의 기대감과 달리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와 의문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국내 4대 금융지주라는 우리금융의 존재감에 비해 실제 합병법인의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증권업을 영위하기 위한 준비 자체 또한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일단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 법인의 총자산은 우리종금(4조3000억원)과 포스증권(6조5000억원)을 합친 약 10조80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자산은 6조6000억원, 총자본은 1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 기준으로 약 18위 수준의 증권사로 출범하게 된다.

여기에 포스증권은 수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수익성에 한계를 보여왔다. 여기에 우리종금 또한 지난 1분기 13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72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측면에서 도드라진 활약을 보이지는 못한 상황이다.

특히 현재 포스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로는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 △투자중개업 및 신탁업 등의 일부 증권업무만 영위할 수 있다. 일반적인 증권사가 제공하는 개인 주식거래 서비스 지원을 위해서는 추가 라이센스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그간 꾸준히 ‘리테일에 강점을 가진 중형급 증권사’를 M&A 대상으로 거론해 왔던 배경에도 이 같은 ‘주식거래 서비스 지원’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중형급 이상 증권사의 경우 대부분 개인 주식거래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자체 트레이딩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개인 리테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주식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담보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알맹이’가 빠진 포스증권의 인수가 당장의 실적 개선에는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단 우리금융측은 리테일 라이선스 확보 등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할때까지 우선 우리종금이 영위하고 있는 발행어음을 기반으로 영업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는 과거 종금사로서 ‘질서 있는 증권사 전환’을 이룬 메리츠종금의 이전 사례와도 유사하다. 메리츠종금 또한 증권사로의 전환 과정에서 종금업이 영위할 수 있는 수신상품, 발행어음 업무 등을 통해 투자 및 자본조달을 한 바 있다.

다만, 4대 금융지주의 막강한 자본력에도 불구, 핵심 라이센스가 없는 소형 증권사 인수에 그쳤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합병 발표 과정에서 우리금융이 쏟아낸 다양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실제 뚜렷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의 소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실적으로 포스증권과 우리종급의 합병만으로 증권업계에서 ‘4대 지주’에 걸맞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어려워 보인다”며 “물론 자체적인 성장 프로세스를 밟겠지만, 결국 기존 우리금융의 목표였던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의 추가 인수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 남 대표는 양 사 통합법인 대표로 내정됐다 / 사진=우리금융
간담회에 참석한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 남 대표는 양 사 통합법인 대표로 내정됐다 / 사진=우리금융

증권업계에선 ‘유의미한 영향’ 예의주시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합병으로 출범할 증권사 경영진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통합법인의 대표로 내정된 남기천 우리종금 대표를 포함해 미래에셋 출신 증권맨들이 대거 양사 통합법인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이 통합법인 출범 이후 10년 이내에 초대형 증권사로 성장하겠다고 공언한 것 역시, 최근 몇 달 새 우리금융에 합류한 전직 ‘미래에셋 군단’에 거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들이 과거 보여준 퍼포먼스를 근거로 리스크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투자한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 펀드’를 90% 비율로 상각처리하기로 결정한정한 바 있다. 약 2800억원가량의 투자금에서 90% 수준인 2500억원 가량이 손실된 셈인데, 해당 펀드의 판매시점인 지난 2019년 당시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대표가 바로 남기천 현 우리종금 대표였다.

물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홍콩 내 ‘반중(反中) 시위’ 등 외부 변수로 인한 불가피한 손실이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손실을 발생시킨 투자 집행을 진두지휘한 남 대표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럼에도 대다수 관계자는 실제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합병법인이 보여줄 퍼포먼스를 제외하더라도 우리금융의 증권업 재진출 선언 자체는 업권 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일단 증권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바로 인재인데, 대형 지주사의 증권 계열사는 분명 업계 인력 사이에서도 매력적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당장 유의미한 성과는 내지 못하더라도 증권업계 내 ‘메기’ 역할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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