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CTV 달고 심야 순찰도 척척…’로봇 경비원’이 아파트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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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CCTV 달고 심야 순찰도 척척…'로봇 경비원'이 아파트 지킨다
SK쉴더스와 뉴빌리티가 개발한 순찰로봇이 인천 송도센트럴파크에 시범 도입돼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빌리티

# A아파트 ○○동 입구.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남성이 같은 자리에서 계속 서성인다. 지나가는 어린이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거나 말을 걸려는 듯한 낌새를 보이기도 한다. 수상한 남성을 멀리서 지켜보던 순찰로봇은 행동 패턴이 이상하다고 판단, 위험 신호를 관제실로 보낸다.

# B아파트 놀이터 인근 조경시설. 벤치에 앉은 여성이 담배를 꺼내 피우자 순찰로봇이 여성에게 접근해 금연구역이라고 음성 안내를 한다. 순찰로봇은 여성이 흡연을 포기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순찰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연내 국내 아파트 단지에 ‘로봇 경비원’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순찰로봇은 보안 감독의 사각지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보안 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저출생·노령화 추세로 노동력 부족 우려가 심화하는 데다 인건비도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수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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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후에는 치안 문제가 심각한 해외로 수출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기대다.

7일 로봇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이달 3일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 건물 종합 관리 기업 KB아주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주택용 자율주행 순찰로봇 상용화에 나섰다. 올해 3분기까지 뉴빌리티와 SK쉴더스가 공동 개발한 순찰로봇을 KB아주에서 관리하는 아파트 대단지나 공동주택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4시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이 로봇은 자칫 보안에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심야 시간대나 경비원 휴게 시간에 순찰을 할 수 있어 보안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순찰로봇에 탑재된 인공지능(AI) CCTV는 사람과 자동차 등 다양한 객체를 정확히 구분해 인식하며 순찰 중 수상한 사람이나 긴급 상황을 감지하면 현장에서 경고 방송을 하거나 관제센터와 연계해 신속히 대응한다. 뉴빌리티는 향후 순찰로봇에 △불법 주정차 △쓰레기 무단 투기 △불법 적치물 등 주거지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에 대한 실시간 감지 기능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순찰로봇은 한국 도시의 대표 주거 형태인 대단지 고층 아파트 사이에서도 주·야간을 불문하고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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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의 순찰로봇이 경기 과천 래미안슈르아파트 단지에서 순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HL만도

이미 공원과 대학에서는 순찰로봇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3개월 동안 인천경찰청에서 송도센트럴파크에 SK쉴더스와 뉴빌리티가 개발한 순찰로봇을 시범 투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덕성여대·강원대·부경대 등 대학 캠퍼스에서도 안전 지킴이 역할을 다하고 있다. 화재 발생과 시설물 파손을 탐지하고 사람·오토바이·킥보드 등을 인식해 관제실과 실시간 현장 상황을 공유한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공원이나 캠퍼스에 CCTV가 달린 로봇이 돌아다니다 보니 늦은 밤에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다. HL만도(204320)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과천의 래미안슈르아파트에서 자율주행 순찰로봇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48개 동에 3143세대가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로봇은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경계,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 지도, 주정차 단속, 화재 감시 등 순찰 업무를 수행한다. 한화그룹의 로봇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 또한 로봇 전문 강소 기업인 세오와 손잡고 건물 관리 서비스 로봇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세오의 무인 순찰 보안 로봇 ‘아르보’는 지난달 국내 서비스 로봇 분야 최초로 조달청 우수 제품으로 지정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리조트나 호텔에서는 투숙객의 신원을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리조트와 같은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공간에서도 순찰로봇 도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자율주행 로봇의 활용도는 식당을 넘어 아파트·대학 등 대규모 장소로 다양해지고 있다. 인건비가 오르는 데다 서빙·경비 등 3D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커지면서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순찰·서빙·배달 등에 활용되는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2년 158억 7000만 달러(약 21조 5480억 원)에서 2030년 1873억 3000만 달러로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지능형로봇법(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시행에 따라 실외 이동로봇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순찰로봇의 수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빌리티는 미국 통합 보안 서비스 기업인 사우스플로리다시큐리티(SFS)그룹과 손잡고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우선 SFS그룹이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플로리다 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로봇을 활용한 실증사업(PoC)을 수행하고 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보안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순찰로봇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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