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지주 사실상 ‘떼인 돈’ 2조 돌파…고금리에 건전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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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한 해 동안 7000억↑

비은행 중심으로 PF 부실 확대

금융 리스크 이미지.ⓒ연합뉴스 금융 리스크 이미지.ⓒ연합뉴스

지방금융지주사들이 실행한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최근 한 해 동안에만 7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2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자들의 빚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 중심의 건전성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DGB·JB금융 등 3개 지방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2조2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46억원(46.7%) 급증했다.

금융사는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구분하는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떼인 돈’으로 판단된다.

지주사별로 살펴보면 BNK금융이 9645억원으로 72.3%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DGB금융이 8197억원으로 JB금융은 4928억원으로 각각 35.5%, 27.1% 증가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지주사들의 대출에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된 배경엔 장기화하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같은 해 2월 이후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됐지만,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치솟은 금융비용과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대출자들의 채무 상환 여력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들이 저금리 시기에 참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사업성 악화로 부실이 커지고 있는 점도 우려를 가중한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등 5개 지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말 기준 2만145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2년의 3월(1만405가구)과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지방금융지주사들은 보증서 위주의 대출 취급을 진행할 뿐 아니라, 부실 PF 사업장에 관한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해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낮출 계획이다. 아울러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며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실제 3개 지방금융지주사들의 지난 1분기 충당금 전입액은 43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늘었다.

앞으로도 부실화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고금리 환경이 시장의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우선 미국의 조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지연, 우리나라 1분기 경제의 ‘깜짝 성장’과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험 등 급변한 대내외 변수들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해 “현재의 상황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때와 많이 달라졌다”며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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