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나누어·꾸준히”…금감원, 퇴직연금 장기투자 캠페인 출범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운용 원칙으로 장기·분산투자를 강조하며 연금가입자의 자산관리 체계 개선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상품별 수익률과 수수료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통합연금포털을 개편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연금계좌를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주식시장 활황으로 직접 운용 수요가 커진 만큼 단기 매매와 특정 자산 쏠림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회 퇴직연금 오래오래 캠페인’ 출범식에서 “시장의 파도는 우리가 정할 수 없지만, 그 파도를 어떤 배로 건널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며 “오래, 나누어, 꾸준히 세 가지 원칙이 노후를 지켜줄 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잦은 매매는 거래비용을 높이고 오히려 투자성과를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자신도 디폴트옵션을 직접 선택하고 설정하는 과정에서 40분가량 어려움을 겪었다고 소개하며 가입자 눈높이에 맞춘 실질적인 안내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TDF 수익률 비교부터 히트맵 공시까지…연금 정보 인프라 개편
금감원은 우선 통합연금포털을 개편해 가입자의 투자 판단을 지원한다. 올해 안에 타깃데이트펀드(TDF) 빈티지별 수익률 순위를 신설하고 연금상품 비교·검색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히트맵 기반 비교공시 체계를 도입한다. 수익률과 수수료율 등을 녹색·황색·적색 등 색상으로 표시해 사업자별 성과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금통계 시각화 차트도 함께 도입할 계획이다.
정기적인 연금계좌 점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년 11~12월에는 ‘연금 채움 주간’을 지정해 적립금과 납입액, 세액공제 한도 등을 확인하도록 한다. 5~6월에는 ‘연금 가꿈 주간’을 운영해 투자 백서를 발간하고 운용 상품과 수익률을 점검하도록 유도한다. 디폴트옵션 미지정 계좌에 대한 안내도 강화한다.
퇴직연금 ETF 100조 육박…증권사 5곳 등 금융권 동참
금감원이 관리체계 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이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5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023년 12.8%에서 올해 6월 말 35.5%로 확대됐다. 특히 ETF 투자 규모는 올해 2분기 말 99조8000억원으로 2023년말 9조원 대비 약 11배 증가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및 퇴직연금사업자들과 장기·분산투자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행사에는 박홍배·김재섭 정무위원회 의원과 최기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 참석해 축사했다. 이 원장을 비롯해 금융협회장과 은행·증권·보험사 대표, 가입자 대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 150여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과 배광수 NH투자증권 사장,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사장,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등이 참석했다.
캠페인은 ‘배우고(Learn), 열어보고(Open), 가꾸고(Nurture), 이어가는(Grow)’ 네 가지 방향으로 추진한다. 금감원과 사업자들은 공동 제작한 생애주기별 퇴직연금 가이드북을 배포한다. 가이드북에는 투자성향별 자산배분과 디폴트옵션, TDF, ETF 활용법 및 연령대별 포트폴리오 구성 등이 담겼다.
이날 행사에서는 하나은행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생명이 각각 30대·40대·50대 가입자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적립·운용·수령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도 시연했다.
이찬진 원장은 “내 퇴직연금 계좌를 한 번 열어보는 것, 어디에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이 작은 한 걸음이 국민의 노후를 바꾸는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가입자 모두가 장기투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끝까지 함께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