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꺾이고, 국제유가 내림세…원·달러 환율 더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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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35원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가 꺾이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견조했던 미국의 고용지표가 둔화되는 모습이 확인됐고, 국제유가도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향후 더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20.5원 내린 1322.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지난 1일(1357.3원) 이후 이틀간 무려 34.9원 하락했다.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환율이 장중 1360원까지 치솟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뚜렷한 내림세다.

이는 달러가 약세로 꺾인 영향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106.129에서 105.120으로 하락했다. Fed가 지난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재 연 5.25~5.50%로 동결하면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만 해도 Fed는 점도표를 통해 연내 한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번엔 점도표를 ‘특정 시점에 Fed 위원들의 개별적 견해’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면서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중반 이후 완만해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두 번 동결하면 다시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시장에선 대체로 이번 FOMC가 비둘기파적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경제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Fed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비둘기파적인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과 향후 데이터 둔화를 감안할 때 추가 인상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둔화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노동부는 3일(현지시간) 10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5만 건 늘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7만 건을 밑돌 뿐 아니라, 9월 수정치(29만7000건)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 노동시장의 둔화로 인해 투자자들은 앞으로 Fed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더욱 후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 국채가격이 반등하면서 2년물 국채수익률은 2개월 내 최저치인 4.85%로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고용지표 발표 직후 선물시장에서 내년 첫 금리인하 시점이 기존 7월에서 6월로 앞당겨졌으며, 올해 내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크게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주요국 물가와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95달러(2.36%) 내린 배럴당 80.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주에만 5.03달러(5.88%) 하락해 2주 연속 약세를 나타냈다.

이는 Fed의 추가 금리인상 중단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확대 우려가 축소된 영향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에 집중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했지만, 분쟁이 다른 중동 국가들로 확산하지 않으면서 시장에선 글로벌 원유공급 및 교역 중단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국금센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는 중동분쟁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중국 경제지표 부진, 미국 재고 증가 등에 따른 수요 우려를 중심으로 등락했다”며 “옵션 시장에서는 무력분쟁 발발 직후 크게 증가했던 WTI, 브렌트유 콜옵션 매수가 빠르게 정리되면서 콜옵션 매수 우위가 약화되고 내재변동성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발적 감산을 12월 말 이후로 연장할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도 국내 물량 부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디젤 해상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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