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호의가 무시무시한 스토킹으로… 충격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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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테이토 지수 80%] ‘베이비 레인디어’ 스토킹과 자기 혐오의 ‘대환장 컬래버’

오프닝부터 후킹이 예사롭지 않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선의로 베푼 따뜻한 차 한잔으로 시작됐다. 어딘지 모르게 울적해 보이는 거구의 여성이 펍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잘 나가는 변호사”라고 소개하면서도 정작 차 한잔 마실 돈이 없는 여성의 이름은 마사 스콧. 바텐더 도니는 그녀의 처지가 딱해 보여 돈을 받지 않고 차를 건넨다. 그 행동을 의미 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마사는 그날부터 도니를 향한 ‘광기의 집착’을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베이비 레인디어’는 처음엔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집착하는 스토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포장일 뿐이다. 이 작품은 자기 혐오와 자기 파괴 그리고 인정 욕구가 뒤범벅된 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괴작’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사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문제적 인물 도니의 이야기가 흡사 뫼비우스의 띠처럼 펼쳐진다. 엔딩까지 보고 나면 현기증이 일 정도. 단단한 각오 없이 섣불리 시작하면 안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 일단 보면 멈출 수 없는, 블랙코미디로 포장한 심리극

도니의 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낮에는 바텐더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지만 밤에는 무대에 올라 사람들 앞에 서는 ‘광대’다. 사람들을 웃기고 싶지만, 무대에 오를 때면 언제나 웃음거리가 되는 신세. 바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조차 자신의 진짜 꿈이 코미디언이라는 사실을 숨긴 그는 언젠가 인정받길 원하며 밤마다 무대에 오른다.

아이러니하게 도니의 ‘이중 생활’을 눈치 챈 건 마사다. 그녀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도니의 꿈을 응원하는 유일한 인물이 된다. 비록 관심과 응원의 근간은 지독한 스토킹으로 이뤄졌지만 도니에게 그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감정 그 자체다. 그렇게 도니는 매일 펍을 찾아와 쉼 없이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고 경박하게 웃어대는 마사에게 제로 콜라 한잔을 무료로 건네면서 그녀의 칭찬에 취해 간다.

하지만 마사의 집착은 겉잡을 수 없이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가학적인 내용을 담은 이메일이 폭주하자 도니는 결국 경찰서를 찾아간다. 한달 동안 스토킹이 시달렸다는 도니의 말을 듣던 경찰은 놀라서 묻는다. 왜 이제야 신고를 하느냐는 질책 아닌 질책이다.

이쯤에서 ‘1차 내적 갈등’이 시작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할지, 그만 멈춰야 할지 선택의 기로.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궁금해서다. 도대체 도니가 마사에게 품은 마음의 정체가 궁금해서, 도니라는 남자가 이해 불가한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몰아보기’를 멈출 수 없다.

● 끝까지 보면 불쾌함이 몰려오는 ‘함정’

‘베이비 레인디어’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흔한’ 실화 바탕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르다. 도니 역은 맡은 배우 리처드 개드가 실제로 겪은 사건들을 토대로 완성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로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코미디언 리처드 개드는 자신의 겪은 스토킹과 성적 피해를 다룬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글을 직접 쓰고, 연출과 주연까지 맡았다. 그 연극이 주목받으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했고, 역시 이번에도 리처드 개드가 극본과 연출, 주연을 도맡았다.

믿을 수 없는 도니와 마사의 관계, 도니가 과거에 겪은 성적 피해와 그에 따른 트라우마에서 시작된 자기 혐오 및 성 정체성의 변화 등이 모두 실화라는 사실에서 ‘베이비 레인디어’는 강력한 힘을 얻는다.

물론 ‘실화라는 울타리’ 아래서 도니가 겪은 끔찍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중반 부분의 표현 순위나 방식은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보는 이들에 따라서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제작진 역시 이를 우려해서인지 위험성을 재차 고지하기도 한다.

도니의 과거가 밝혀지고, 용기를 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나아갈 때마다 어김없이 마사는 광기의 얼굴로 그 앞에 나타난다. 도니가 얹혀 사는 전 여자친구 엄마의 집 앞 버스 정류장에 진을 치고 앉아 밤이고 낮이고 도니를 기다리는 마사의 모습은 몹시 섬뜩하다. 그런 마사를 대하는 도니의 모습은 더 섬뜩하다.

도니가 스스로를 바로 볼 수 있도록 돕는 여자친구 테리는 ‘베이비 레인디어’를 보는 시청자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그나마 안정시키는 존재다. 도니도 알지 못하는 그의 심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인물. 극중 설정처럼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인 나바 마우가 테리 역을 맡아, 도니와 마사 사이에서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제목은 ‘아기 순록’을 뜻한다. 마사가 도니를 부르는 애칭이나, 정작 드라마가 담은 내용은 제목과 전혀 다르다. 보는 이들에 따라 상당히 불쾌할 수도,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문제작’으로 불린다.

연출 : 리처드 개드 / 극본 : 리처드 개드 / 출연: 리처드 개드, 제시카 거닝, 나바 마우 외 / 플랫폼: 넷플릭스 / 공개일: 4월11일 /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장르: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 / 회차: 7부작

도니의 심리를 따라가는 ‘베이비 레인디어’는 다음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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