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 이창동이 꺼낸 ‘가능한 사랑’

시사위크 조회수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마쳤다. (왼쪽부터) 조인성·조여정·이창동 감독·전도연·설경구. / 시사위크DB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마쳤다. (왼쪽부터) 조인성·조여정·이창동 감독·전도연·설경구. / 시사위크DB

시사위크|마포=이영실 기자  삶의 형태가 달라지고 노동마저 희미해지는 시대, 우리를 지탱하는 사랑은 여전히 가능할까. 이창동 감독이 10여 년간 품어온 질문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전도연·설경구와 처음 그의 세계에 들어선 조인성·조여정이 함께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을 통해서다.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 다른 삶과 감춰진 욕망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조인성·조여정 등이 출연했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 제64회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창동 감독은 한국 감독 최초로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트리뷰트 어워즈의 TIFF 에버트 감독상 수상자로 확정돼 의미를 더한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이창동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최초로 공개하게 됐다”며 “이 영화를 과연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 최초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 뒤 토론토, 뉴욕영화제 등등의 영화제에서도 세계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8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 / 뉴시스
8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 / 뉴시스

◇ 10여 년 품어온 이야기…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10여 년 전부터 품어온 이야기다. 당시 대기업의 집단 해고와 해고 노동자에 관한 시나리오를 작업했으나 영화 제작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하기 전 항상 자신에게 또는 관객에게 영화 그 자체로 할 만한 의미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지 못하면 끝까지 추진하지 못하는 일종의 결벽이 있는데 그때도 그랬다”며 “해고 노동자의 삶을 정직하게 다룬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그것을 굳이 극영화로 만들어서 해야 할 어떤 이유가 있을까 확신을 갖지 못해서 결국 엎었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이 이야기를 해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졌다. 이창동 감독은 “당시 대기업의 집단 해고 사태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굉장히 컸다”며 “나는 그것이 앞으로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가 바뀔 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노동자일 수밖에 없으니까.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정체성을 갖게 되는데, 어쩌면 사람들의 정체성까지도 바꿀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노동 자체가 소멸되는 시대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처음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때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더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은 작품을 두고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결국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창동 감독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든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본질은 사랑일 거다. 우리의 삶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 나가게 하는 것이 사랑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제목에 담긴 의미도 언급했다. 이창동 감독은 “보통 ‘러브스토리’라고 하면 그 사랑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걸 전제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너무나 쉽게 잘 이뤄지는, 모두에게 축복받는 사랑 이야기는 굳이 서사로 만들어져서 전달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는 걸 내포하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히려 ‘가능한 사랑’이라고 말을 하면서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손잡고 전 세계 관객을 만나는 소감도 전했다. 이창동 감독은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이 작품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었다”며 “극장용 영화 제작을 위한 투자를 찾는 동안에도 기다려줬고, 제작 과정에서도 별도의 간섭이나 요구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으로서의 존엄성을 절대적으로 인정해 줬다. 지금까지 영화를 제작한 것 중 가장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변화한 영화산업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해 전반기 한국 영화산업의 체질이 가장 약화됐던 시기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산업의 구조는 이미 바뀌어 가고 있고 그 변화의 추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얼마나 관객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느냐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극장 개봉에 대해서도 “넷플릭스에서 처음부터 론칭되기 전 극장 개봉을 약속했었다”며 “영화제에 나가기 위해 하는 것처럼 보는 시각도 있지만 처음부터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켜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전도연(왼쪽)과 설경구. / 뉴시스
부부로 호흡을 맞춘 전도연(왼쪽)과 설경구. / 뉴시스

◇ 전도연·설경구, 이유 있는 신뢰 

두 배우가 ‘가능한 사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창동 감독이었다. 전도연은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감독님이었다”며 “제안을 받고 하겠다고 한 뒤 빨리 시나리오를 달라고 독촉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덮었을 때 여운이 너무 강렬해서 ‘역시 이창동 감독님이시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밀양’ 이후 약 20년 만에 이창동 감독과 재회한 데 대해 전도연은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는데 감독님을 봤을 때는 그렇게 오래됐다는 걸 잘 모르겠더라”며 “그냥 엊그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에 이어 다시 한번 이창동 감독의 선택을 받은 설경구도 “이유는 감독님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다른 작품 촬영으로 스케줄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그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식은땀이 났다”며 “‘들쥐’ 김홍선 감독이 스케줄을 가능하게 해줬다. 이창동 감독님과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오히려 시나리오를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특히 설경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초심을 떠올렸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박하사탕’ 때만큼은 아니어도 긴장감이 확 오더라”며 “그때는 경험도 많지 않았고 주어진 감정이 벅차 하루하루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기억이 너무 그리워졌다. 그 그리움이 다시 현실이 되니 마음이 벅찼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이창동 감독도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두 배우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여 년 전, 10여 년 전 같이 일할 때는 배우와 감독으로서 긴장감 같은 것이 있었고 당연히 있어야 했다”며 “그 뒤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친구처럼, 형제처럼 지내다 보니 이번에는 함께 작업할 때 그 사이의 공기가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서 각각 미옥과 호석 역을 맡아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전도연은 미옥에 대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온한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며 “어떤 사건이 가족에게 일어난 뒤 남편 호석 안에 있는 화가 언제 터질지 몰라 늘 노심초사한다. 가슴안에 시한폭탄 하나를 가지고 사는 것과 같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여려 보이지만 강인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설경구는 호석을 “이 영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해고 노동자”라고 소개하며 “죄책감도 있고 분노와 수치심도 있다. 많은 감정을 안에 담고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이창동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두 배우는 이번에도 자신을 비우고 인물 속으로 들어가는 데 집중했다.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을 할 때는 어떤 준비를 하기보다 내가 얼마큼 마음을 열어놓고 있느냐가 가장 큰 준비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내가 준비해서 만들어낸 인물이라면 감독님이 오케이하지 않을 것 같았다. 최대한 마음과 생각을 열어놓고 있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설경구 역시 “준비를 하면 안 되는 현장이다. 오히려 비워야 하는 현장이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다”며 “그냥 현장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됐다”고 보탰다.

이창동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조인성(왼쪽)과 조여정. / 뉴시스
이창동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조인성(왼쪽)과 조여정. / 뉴시스

◇ 조인성·조여정, 새로운 시너지

이창동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조인성과 조여정도 감독을 향한 믿음으로 작품을 택했다. ‘휴민트’ 촬영 당시 라트비아에서 처음 제안을 받았다는 조인성은 “‘호프’와 ‘휴민트’를 찍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제안을 받고 ‘이것까지는 하고 쉬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떠올렸다.

조여정도 “감독님의 영화를 한다는 건 고대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얼떨떨할 정도로 좋았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여운이 너무 진해서 오히려 바로 연락드리기 어려웠다. 며칠 동안 담아두고 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조인성은 예지의 남편 상우를 연기한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특별한 콤플렉스가 없는 인물로, 조인성은 “그래서 오히려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창동 감독은 상우를 두고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지배하는 인물”이라며 “힘이 있고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모든 것에 능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로 조인성 외에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조여정은 해고 노동자 부부의 삶을 다큐멘터리에 담는 감독 예지로 분한다. 이창동 감독은 “어떻게 보면 이 영화 전체에서 나의 시각 또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조여정이 영화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의식과 감수성, 공감 능력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지의 내면과 굉장히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인성과 조여정도 이창동 감독의 현장에서 인물 자체로 존재하고자 했다. 조인성은 “감독님의 작품을 워낙 좋아했고 배우로서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며 “실제로 감독님과 작업하며 참 많이 배웠고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돌아봤다.

조여정은 “1분 1초가 아깝고 소중했다”며 “그냥 현장에서 그 인물로 있으려고 노력했다. 인물로서 정말 존재하는 것,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창동 감독은 조인성과 조여정에 대해 “두 배우가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느꼈다”며 특히 조인성을 “유머 담당”이라고 꼽았다. 그는 “끊임없이 실없는 농담과 유머를 던져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줬다”며 “실제로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고 촬영도 원래 일정 그대로 진행돼 ‘벌써 끝났나’ 싶을 만큼 아쉬움이 컸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창동 감독은 “우리 영화가 넷플릭스 OTT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와는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런 영화가 넷플릭스 시청자에게도 어떤 즐거움을 주고, 영화에 대한 생각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삶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한다. 이후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난다.

이 기사에 대해 공감해주세요!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