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강국 韓 변한다…게임산업 미래 엿본 ‘지스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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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넘어 PC·콘솔로 플랫폼 지평 확대

외부 IP 활용 vs 자체 IP 프랜차이즈 강화

게임 개발에 AI 활용 본격화…크래프톤 앞장

지난 14일 지스타 2024가 열린 부산 벡스코 현장에 로고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4’가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17일 폐막했다. 1375개 사가 참가한 이번 행사는 게임사들의 신작을 체험하기 위해 총 21만 5000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는 등 ‘국내 최대 게임쇼’의 위상이 아깝지 않은 자리였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멀티플랫폼과 인공지능(AI) 등 국내 게임업계의 트렌드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지독한 침체기를 겪은 게임사들은 서구권 진출을 위해 PC·콘솔 게임에서 새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었다. AI를 통한 게임 개발 흐름도 본격화하고 있었다. ‘흥행 열쇠’로 불리는 지식재산권(IP) 활용을 둔 게임사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넥슨의 출품작

이번 행사에서 가장 핵심으로 떠오른 키워드는 ‘멀티 플랫폼’이다. 멀티 플랫폼은 PC·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기기에서의 플레이를 동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모바일 게임에서 강점을 보여온 국내 게임사들은 이번 행사에서 준비 중인 멀티 플랫폼 게임을 대거 선보였다. 게임 개발 기술력 향상으로 고사양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콘솔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언리얼 엔진5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플랫폼에 관계없이 높은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 구현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넥슨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아크 레이더스’를 PC·콘솔로 출시할 계획이다. 넷마블이 공개한 ‘몬길: 스타다이브’와 ‘왕좌의게임: 킹스로드’는 전부 멀티 플랫폼 게임이다. 특히 이중 왕좌의게임은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IP인 만큼, 콘솔 플랫폼을 지원해 매출원을 다각화한다는 구상이다.

콘솔 출시를 앞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과 하이브IM의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도 호평을 받았다.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에 참가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프로젝트S’도 호평받았다.

지스타 기간 부산 벡스코를 찾은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게임업계 트렌드로 멀티 플랫폼의 일반화를 꼽았다. 그는 “온라인과 모바일 동시 출시라는 멀티 플랫폼이 일반화된 상황이고, 이제는 콘솔 플랫폼으로도 함께 출시하는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요즘 나오는 게임의 30~40%는 멀티플랫폼으로 이미 이동하고 있고, 개발 중인 게임의 70~80%도 멀티플랫폼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벡스코 외부에 마련된 렐루게임즈의

게임에 AI를 이식하려는 흐름도 궤도에 올랐다. AI 기술에 대한 의지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크래프톤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지스타에도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출품했다. 온 디바이스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캐릭터의 의상이나 집안 소품, 가구, 벽지 등을 제작할 수 있다. 회사는 인조이에 AI 기반 ‘CPC(Co-Playable Character)’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인 렐루게임즈도 이번 지스타의 또다른 주인공이었다. 렐루게임즈는 AI를 게임 개발에 전면 적용하고 있는 개발사다. 메인홀 격인 제1전시장 입구 근처에 ‘마법소녀 루루핑’ 야외 부스를 마련해 공격적인 IP 홍보에 나섰다. 이 게임은 렐루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목소리 크기와 발음, 감정을 평가해 공격력을 계산한다. PC에 연결된 마이크에 대고 마법 주문을 외치면 상대방에 타격이 가해지는 식이다.

넷마블이 이번 지스타에 출품한

IP 활용을 둔 국내 게임사들의 서로 다른 전략도 읽을 수 있었다. 외부 IP를 가져와 세계관을 덧입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체 IP 프랜차이즈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곳도 있었다.

넥슨이 출품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프로젝트 오버킬’은 넥슨 대표 IP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인기 IP를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로 확장하려는 ‘종적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넷마블은 외부 IP 확장 전략으로 확실한 체질 개선을 이뤄낸 만큼,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5월 선보인 웹툰 IP 활용작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올해 게임대상의 영예를 안으며 이같은 전략에 힘을 실었다.

올해 지스타에 선보인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도 에미상 수상 등 글로벌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왕좌의 게임’ IP를 활용한 작품이다. 기존 세계관을 기반으로 새 스토리를 재창작하고, 다양한 미디어와 연계해 IP 벨류체인을 강화하는 전략을 활용할 계획이다.

‘뮤’ IP로 잘 알려진 웹젠은 이번에 대형 부스를 꾸리고 액션 RPG ‘드래곤소드’와 서브컬처 RPG ‘테르비스’ 등 2종을 선보였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카카오게임즈 한상우 대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 게임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특히 PC·콘솔 작품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염려되기도 한다. 한국 개발사들이 그간 쌓은 서비스 경험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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