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테슬라의 혁신성과 주주 자본주의의 현실: 일론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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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수익에만 몰두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 관련 이슈는 주주 자본주의의 미국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에너지 대전환과 전기차 전환, 생산 방식 혁신 등 테슬라의 강점은 가려지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의 비정상적인 행보 또한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테슬라의 혁신성과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현상을 정리해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24년 6월 13일,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일론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가 승인되었다. 이 보상안은 2018년 1월 테슬라 이사회가 정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외에도 미국 우주 벤처 스페이스X 등 여러 기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10년 보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 증가할 때마다 미리 정해진 매출 및 이익 목표를 달성하는 한 특정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560억 달러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10년에 걸쳐 시가총액을 6,500억 달러로 늘려야 한다.
 
2018년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500억 달러였다. 이후 테슬라 실적이 크게 성장하면서 2021년 하반기에는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애플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4조 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에 따른 사업 실적 악화로 고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60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테슬라의 보상 패키지는 일부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테슬라 법인 본사가 있는 델라웨어주 법원이 올해 1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통해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보상 패키지 액수가 449억 달러로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2018년 주주총회에서는 약 73%의 지지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약간 낮은 72%로 가결되었다. 델라웨어주의 판결이 무효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테슬라의 법인을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84%가 찬성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주가가 50배 상승한다는 전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2019년 말에는 84달러에 불과했었다. 2020년 1월 130달러선이었던 것이 같은 해 12월 705달러를 돌파했다. 2021년 12월에는 1,100달러로 천슬라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급등했다. 그러던 것이 2022년 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23년에는 100달러선까지 붕괴되었다. 지금은 15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 사이 테슬라의 판매 대수는 2023년 181만 대까지 증가했다. 판매는 늘었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는 2023년 말 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노를 제치고 다시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당시 그의 재산은 2,320억 달러, 한화로는 301조 2,520억 원에 달했다. 2위인 루이뷔통 아르노의 1,790억 달러, 약 232조 2,525억 원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물론 스페이스X, 보링, 뉴럴링크, X 및 xAI를 이끌고 있다. 로봇공학에도 옵티머스를 중심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2018년 보상 패키지를 승인할 때도 그랬지만, 테슬라의 경영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명분이 이번 주주총회의 승인 배경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일론 머스크의 행동은 X와 xAI, 로봇공학 쪽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동안 테슬라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일부 투자자들이 주주총회 전에 보상 패키지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의 투자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와 모건 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등은 여전히 테슬라를 적극 옹호하는 애널리스트들이다. 물론 댄 아이브스도 최근 테슬라의 로보택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대중적인 전기차 출시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와 달리 자산관리회사 거버 가와사키의 CEO 로스 거버는 자신이 오랫동안 존경해 왔던 일론 머스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로스 거버는 560억 달러 보상 패키지에도 적극 찬성했었다. 한때 일론 머스크를 “내가 지구상에서 정말로 존경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던 싱가포르 레오 코구안도 반대했다. 그는 테슬라에는 “주주 1명, 이사회 1명, 폭군 CEO 1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를 찾는 관점이 다르다. 시작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였다.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로 인해 테슬라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의 실적은 나빠졌다.
 

테슬라의 혁신성으로 새로운 변화가 진행 중

 
테슬라는 2015년 폭스바겐 스캔들과 같은 해 파리 협정에서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낮추자는 협의가 이루어지면서부터 부상했다. 세상은 갑자기 전기차 시대로 바뀌었다. 바뀐 것이 아니라 그렇게 유도되었다.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투자은행과 애널리스트들이 주도했다.
 
그전에 레거시 자동차 회사들은 21세기 초 이미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차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거쳐 배터리 전기차, 그리고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로 갈 것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했었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플로어에 깔린 모델들은 ‘CO2 배출이 적은 디젤차’였다. 그만큼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수요는 성능과 효율성 향상을 배경으로 날개를 달았다. 그래서 수익성을 중시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출시를 머뭇거렸다.
 
그 트리거가 아이러니하게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었고, 투자은행들에게 논리를 제공한 것이 파리 협정이었다.
 
테슬라는 에너지 대전환을 필두로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것을 강조하며 시장의 트리거로 등장했다. 갑자기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렇게 보였다.
 
테슬라는 주도권을 잡았다. 테슬라는 그동안의 레거시 프리미엄 메이커들이 취했던 다품종 소량 생산이 아니라 소품종 다량 생산을 표방했다. 2012년 모델 S 출시에 이어 지금까지 모델 X와 모델 3, 모델 Y, 사이버트럭 등 다섯 개 모델만 라인업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비용 절감과 자동화의 역사다. 테슬라는 차체의 외형을 바꾸기 위한 모델 체인지 방식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하기로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자동차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었다.
 
일반적으로 기존 자동차들은 차 한 대당 30~100개의 ECU를 탑재하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의 모델 3에는 통합 ECU를 포함해 3~4개밖에 없다. 이는 업계에서 말하는 분산형 ECU와 제어 영역형 ECU를 건너뛰고 중앙 집중형으로 바로 진화해버린 것이다. 이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보다 6년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더 놀라운 것은 통합 ECU의 연산 처리 능력이 144TOPS(초당 144조회)로 높고 소비 전력도 72W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이 통합 ECU를 테슬라가 자체 개발했다는 것이 더 큰 관심을 끈다. 초기에는 삼성전자의 기판을 바탕으로 대만 업체가 위탁 생산한 것이었다. 기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나 엔비디아, 퀄컴 등으로부터 납품받은 것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주도권은 확실하게 테슬라에게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차 만들기의 방식도 그들만의 것으로 바꾸고 있다. 더 정확히는 기가 캐스팅 방식을 채용했다. 간단히 표현하면 하나의 금형으로 차체 앞부분의 프레임을 찍어내는 것이다. 172개의 부품을 하나로 만들어버렸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주조 방식으로 현재는 텍사스 공장과 베를린 공장에서 뒷부분도 주물로 찍어낸다. 그만큼 중량이 30%가량 가볍다. 5,000개 가까운 점용접과 볼트 등의 조립 없이 완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흔히 볼 수 있는 차체 공정의 로봇이 없다.
 
여기에 더해 공장의 형태도 크게 다르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프레스 공정부터 시작해 차체 공정, 도장 공정, 그리고 조립 공정이 수평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에 비해 새로 건설된 테슬라의 텍사스 공장은 4층으로 건설해 맨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면서 완성되는 형태다. 그만큼 이동으로 인한 에너지를 줄이고 시간도 단축된다.
 
2023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는 언박스드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플랫폼 개념 도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체 골격을 완성하고 그 상태에서 시트와 대시보드, 엔진, 배터리 등을 조립했다. 테슬라는 배터리 위에 시트를 조립하고 기가 프레스로 완성한 차체 앞뒤의 컴파트먼트를 완성해 연결하고, 그 상태에서 좌우 패널과 루프, 보닛, 트렁크 리드 등을 조립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모델 3와 모델 Y를 생산했던 것과도 다른 방식이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듈화를 더욱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생산 공정의 99.5%를 자동화하겠다는 것도 중요한 이슈다. 지난해 AI 데이를 통해 발표한 로봇이 생산 현장에 투입되어 사람과 비슷한 동작으로 조립에 참여한다. 그렇게 되면 생산 속도도 빨라지고, 그만큼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간 노동자처럼 휴식 시간이 없어도 되고 노조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와이어링 하네스의 무게를 17kg 줄였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새로운 생산 방식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후 토요타가 자체 추진 조립라인, 현대차그룹이 신 제조 혁신이라는 타이틀로 생산 방식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 다른 업체들도 디지털 공장 등 새로운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오랜 노하우가 있는 레거시 업체와 테슬라와의 진정한 싸움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테슬라의 혁신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생산 원가의 40%에 달하는 배터리도 자체 조달하고, 미래차의 핵심인 반도체도 내재화했다.
 
자율주행에 관한 이슈도 있지만,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또 다른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당장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여전히 테슬라와 레거시 업체들의 자세는 다르다. 구글의 웨이모나 아마존 죽스도 테슬라와는 센서의 사용과 그것을 해석하고 실행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다른 입장이다. 테슬라의 FSD는 여전히 레벨 2로 규정되고 있다.
 

테슬라가 아니라 일론 머스크 리스크 해소가 필요

지금 테슬라 문제의 핵심은 사실 일론 머스크 리스크다. 그는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 트랜스젠더를 반대하는 선동적인 트윗과 마약 복용 등 수많은 이슈 생산자다. 통상적으로 사업가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S&P 다우존스 인덱스가 S&P 500 ESG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것도 논란이 있다.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인종 차별과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한 불만 등이 이유다. 그리고 NHTSA의 자율주행 관련 사고 조사에 성실하지 않다는 것도 ESG 점수를 낮게 받은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다른 어떤 회사보다 환경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한다며, 다섯 개의 석유 및 가스 회사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두고 미친 짓이라고 언급하며, ESG가 무기화되었다고 비난했다.
 
일론 머스크는 칭찬받는 기업가이자 청정 기술 비전가다. 그러나 지금은 호전적이고 변덕스러운 억만장자로 대중의 존경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X를 이용한 셀럽의 자세도 지금은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 거의 25% 하락했다. 천슬라에서 작년 백슬라까지 곤두박질 쳤다가 지금은 170달러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에서 악시오스 해리스 100 여론 조사에서 2021년 최고 8위에서 63위로 떨어졌다는 것도 있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55% 감소했다. 가격 인하로 인해 영업이익도 줄고 있다. 주가는 미래를 반영한 것이라는 논리대로라면 지금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는 최근 들어 연간 판매 2,000만 대 목표와 2만 5,000달러 저가 전기차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2,000만 대를 위해서는 저가 보급형 모델이 필수다.
 
그보다는 테슬라를 AI 회사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로보택시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것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부정적인 기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우주여행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우주로 귀양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은 생존 조건도 없고 80억 인구를 이주시킬 수도 없다. 당장에 지구상의 생명체의 멸종이 급하다. 테슬라는 20명씩밖에 운송할 수 없는 하이퍼 루프 개발을 중단했다.
 
일론 머스크는 주주총회 후 로봇으로 테슬라 주가가 50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에너지 전환과 전기차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보다는 실체적인 대전환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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