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율주행이라더니”… 테슬라 89명이 낸 소송, 법원이 전부 내친 이유


2019~2022년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풀 셀프 드라이빙) 옵션을 구매했다가 약속한 기능을 제공받지 못했다며 환불을 요구한 차주 89명이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FSD 옵션이 운전자 없이 달리는 레벨5 완전자율주행을 보장한 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89명 청구 전부 기각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10월 29일 강 모 씨 등 테슬라 차주 89명이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은 2024년 12월 소송을 제기하며 FSD 옵션 계약 해제와 구매대금 반환을 청구했다. 1인당 환불 청구액은 최대 약 900만 원으로 알려졌다.
원고 차주들은 FSD 옵션을 구매한 뒤 수년이 지나도록 기대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국내에서 제공되지 않자 “계약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의 세 가지 핵심 쟁점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레벨5를 약속한 계약이 아니다”…핵심 판단 세 가지
재판부가 정리한 첫 번째 쟁점은 FSD 옵션이 레벨5 완전자율주행을 의미하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레벨5 기능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행불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차주들이 구매한 옵션은 신호등·표지판 인식, 도심 자동조향 등 운전자의 일부 개입이 필요한 운전자 보조 기능일 뿐이라는 것이다.

SAE 자동화 분류상 레벨2는 차량이 조향과 가속·감속을 동시에 보조하지만, 운전자가 주행 상황을 계속 감시하고 즉시 개입해야 하는 단계다. 레벨5는 모든 도로·기상·교통 조건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주행하는 단계로, 현존하는 어떤 양산차도 레벨5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바로 이 기술적·법적 간극을 근거로 삼았다.
두 번째 쟁점은 기능 제공 지연이 테슬라의 계약 위반인지였다. 재판부는 FSD 계약을 “규제 승인 및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FSD 옵션을 제공하기로 한 불확정기한부 계약”으로 해석했다. 특정 날짜까지 기능을 제공하기로 확정하지 않은 계약이므로, 제공이 늦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채무불이행이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설령 이행 지체가 인정된다 해도 국내외 규제 및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것이어서 테슬라의 귀책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쟁점은 하자담보책임 인정 여부였다. 법원은 오토파일럿(AP)과 향상된 오토파일럿(EAP) 기능이 이미 제공됐고, 신호등 인식과 도심 자동조향 등 일부 추가 기능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됐다는 점을 중시했다. 차주들이 앞으로 개발될 추가 기능을 받을 권리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하자담보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근거가 됐다.
“FSD” 명칭 논란…법원은 약관·실제 기능 종합 판단
‘Full Self-Driving(완전자율주행)’이라는 상품명은 이번 소송의 핵심 배경 중 하나였다. 이 명칭은 일반 소비자에게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을 연상시킬 수 있으며, 유럽 규제 당국과 업계에서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완전자율주행’을 의미하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품명만으로 계약 범위를 확정하지 않고, 실제 약관과 제공 기능, 운전자 개입 조건, 하드웨어 사양을 종합해 판단했다. 2026년 10월 현재 테슬라의 공식 설명도 FSD에 대해 “운전자 감독 아래 거의 모든 곳에서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만드는 기능이 아니며 운전자가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언제든 인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드웨어 세대 차이 논란도 기각
원고 차주들은 구매 당시 탑재된 HW(하드웨어) 3.0과 이후 출시된 HW 4.0 차량 간 성능 차이를 들어 동일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매 차량의 HW 3.0에 적용 가능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계약의 범위라고 보고, 최신 HW 4.0 기준의 기능과 동일한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