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긍정적인 출발, 그러나 약간 아쉬운 – 레이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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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EV가 공개되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매우 반가운 첫 출발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레이 EV에 대한 첫 반응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이를 살펴보면서 레이 EV를 시점으로 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재편과 그 접근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도록 하자. 
 
레이 EV에 대한 첫 번째 긍정적인 반응은 역시 가격이다. 최저 2735만원(1인승 밴 에어 트림)부터 풀옵션 최고 3080만원까지의 가격은 보조금을 고려하면 2천만원 초의 실 구매 가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일반 승용차 가운데에서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전기차가 등장한 것이다. 
 
가격이 현실적이 되자 그 동안은 절대 타협할 것 같지 않았던 시장의 전기차 항속 거리에 대한 기준도 전향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즉, 지금까지는 항속 거리 400km 이하일 경우는 시장성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했던 분위기가 레이 EV에는 크게 적용되지 않는 분위기인 것이다. 이 두가지 반응을 종합하자면 이런 뜻이 된다. ‘비싼 전기차를 살 바에는 막연하지만 최소한 400km는 가 줄 수 있는 차이어야 한다.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라면 제공하는 항속 거리에 맞춰 충분히 용도를 찾을 의향이 있다.’ 요컨대 전기차에게 항속 거리보다 실 구매 가격이 더 중요한 구매 결심 요소라는 뜻이다.
 
이와 같은 결론을 최근 주춤하는 전기차 시장의 흐름이 더욱 강화시켜 준다. 작년까지는 보조금 예산과 생산에 좌우되던 전기차 보급 대수였지만 금년 들어서는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남아돌고 생산 적체는 커녕 재고 할인 판매에 들어간 모델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가 구매력 하락의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구매력과 가격에 따라 소비 탄력성이 크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의 전기차 시장이 생활필수품 성격보다는 얼리 어답터의 기호품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증명한다. 
 
또한 얼리 어답터들이 주도하던 전기차 시장의 초기 단계는 이제 거의 끝나가고 지금부터는 보편적인 일반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입해야 하는 본격적 대중화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중적 소비자들이 선뜻 전기차를 구입하지 않는 데에는 충전 등 낯선 사용 방법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하겠지만 역시 가장 큰 장애 요소는 동급 내연 기관 모델보다 최소 30% 정도 비싼 전기차의 실 구매 가격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레이 EV는 전기차 특유의 저렴한 유지비와 더불어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주류 승용차 시장으로 침투할 수 있는 최초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경쟁력 있는 가격 이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경차라고 하는 세그먼트의 특성이다. 
 
경차는 원래 도심-단거리용 승용차로 출발하였다. 그것은 경차가 갖고 있는 면적 효율성, 즉 작은 면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도심에서 가장 비싼 자원은 도로와 주차장 등의 면적이고 면적을 덜 차지한다는 점에서 경차가 여러가지 특혜를 받는 것이었다. 참고로 경차는 원래 작은 배기량으로 오염 물질 자체의 배출량이 작다는 점에서 오염 물질 배출 기준에서, 그리고 고성능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충돌 안전도에서 느슨한 규정이 적용되는 등 도시형 자동차로서 특화된 면이 태생부터 적용되었었다. 완화된 기준은 차량의 가격 인하를 통하여 생활필수품으로 자동차를 필요로하는 서민 및 젊은이들에게도 차량 소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경차의 제품력이 향상되면서 장거리 주행에도 대응할 수 있는 성능과 편의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 결과 경차가 도심 특화 장르라는 초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차의 고사양화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상위 트림의 경우는 바로 위의 일반 소형차 세그먼트와 시장이 겹치기 시작했다. 가격적으로는 오히려 비싼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도심형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부터 벗어나서 소형차와 경쟁하기 시작하자 경차는 제한된 차체의 크기와 엔진 규격 등의 제약이 경쟁력 부족으로 직결되었다. 게다가 작은 엔진을 열심히 사용하다 보니 연비도 악화되었다. 즉, 경차라는 장르 자체의 의미가 퇴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레이 EV는 경차를 다시 도심형 자동차라는 본연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즉, 경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라는 점과 도심형이라는 경차의 특성이 결합되면서 전기차 역시 도심의 환경 보호라는 핵심적 목적으로 회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 전기차는 경차 시장과 전기차 시장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다시 레이 EV 제품으로 돌아오자. 레이 EV는 가격 뿐만 아니라 사양에서도 매우 우수한 구성을 보인다. 기존 레이 엔진차에서는 제공되지 않던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10.25인치 슈퍼비젼 클러스터, 그리고 전기차에 어울리는 컬럼 타입 쉬프트 바이 와이어 변속스위치 등으로 매우 높은 사양을 보인다. 엔진 모델에서는 120만원 옵션으로 제공되던 내비게이션도 기본 사양이다. 어쩌면 기본 사양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전기차 고유의 정보 제공과 충전 안내 등의 목적으로 필요로하는 장비들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작은 것 하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부재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기아 모닝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제공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레이도 EV와 함께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게다가 레이 EV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제공되기 때문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조합되면 스스로 멈추고 출발하는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즉 도심형 레이 EV가 시내에서도 쓸모가 많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제공한다면 아주 걸맞는 구성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참고로 기아 레이와 현대 캐스퍼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의 부재로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없다. 도심 특화 경 전기차로서의 차별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아쉬움은 경 전기차의 도심 특화 모델로서의 강점을 고객들에게 교육하고 만끽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생태계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레이 EV를 그냥 판매만 한다면 현재의 일부 경차 사용자들처럼 장거리 주행을 시도하는 고객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즉, 짧은 항속 거리에 대한 불만이 반드시 제기될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만일 레이 EV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왔을 때 다른 차 – 엔진 경차와 일반 전기차들을 포함한 – 들과는 차별되는 경 전기차만의 특혜와 이들이 구성하는 경 전기차 고유의 생태계가 함께 제공된다면 레이 EV 고객들은 스스로 알아서 경 전기차를 도심 환경에서 주로 사용하게 될 것이고 만족도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경 전기차는 공영 주차장에 1시간 무료 주차를 제공하고, 충전소에서도 1시간 무료 충전을 제공하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경 전기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200km 이상 주행할 경우는 경차에 제공되는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등 경 전기차는 도심 특화 장르라는 것을 여러가지 제도를 통하여 교육하고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용도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제품은 없다. 특히 전기차는 자신의 사용 용도와 환경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 방법을 계획하고 사용하는 것이 만족도와 가성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또한 대형 차량까지 ‘막연한 기준으로 충분한 항속거리를 제공하는’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로 무분별하게 확산한다면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과 불필요한 자동차의 가격 인상 등 전기차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는 부작용들이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레이 EV의 산뜻한 출발이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를 전기차 답게, 그리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나도 경차 두 대를 갖고 있다. 그 중 한대를 레이 EV로 대체할 예정이다. 대형 엔진 SUV와 경 전기차의 조합은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이 아닌가 한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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