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못 따라가는 버핏의 후계자들…”10년 수익률 시장 못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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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못 따라가는 버핏의 후계자들…'10년 수익률 시장 못 이겨'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해 5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를 주재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AP연합뉴스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두 후계자가 지난 10여 년 간 버핏은 물론 시장보다 낮은 수익률을 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93세 고령의 버핏 회장이 더 이상 경영을 맡지 않는 상황에서 ‘버핏이 없는’ 버크셔해서웨이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크셔해서웨이의 3540억 달러(약 489조 원) 규모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버핏으로부터 물려받을 두 투자 후계자,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슬러의 지난 투자 성과를 자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FT는 “버핏이 없는 미래를 상상하는 버크셔 주주들이 직면한 가장 큰 질문은 콤스와 웨슬러가 투자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그들의 성과는 훌륭한가, 그들은 버핏의 놀라운 기록을 이어받아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것들”이라며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분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연평균 수익률 7.8%…버핏은 물론 시장에도 패배

FT의 분석에 따르면 2010~2011년 버크셔에 합류한 두 후계자의 초기 수익률은 “버핏이 칭찬할 정도”로 훌륭했다. 두 투자 책임자는 마스터카드와 비자, 헬스케어 기업인 다비타 등에 투자했고 2012~2013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후 몇 년 동안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버크셔의 자산 90%를 운용하는 버핏의 성과는 물론 S&P500 지수의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버핏 역시 2019년 한 인터뷰에서 콤스와 웨슬러가 시장보다 “약간 뒤처져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의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2021~2022년 모두 S&P500을 두 자리 수 차이로 밑돌았고 지난해에도 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버핏 못 따라가는 버핏의 후계자들…'10년 수익률 시장 못 이겨'
로이터연합뉴스

FT가 금융정보기업 모닝스타의 도움을 받아 분석한 구체적인 데이터에 따르면 두 사람이 운용한 포트폴리오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약 7.8%였다. 이 기간 S&P500가 12%였고 버핏이 10.2% 수익률을 거뒀던 것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10년 중 7년의 연 수익률이 지수를 밑돌았다. 또 3540억 달러의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두 사람이 운용하는 자산은 약 270억 달러(약 37조 2800억 원)로, 지난 10년간 약 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버핏의 누적 수익률은 165%이며, S&P500은 211%이다.

FT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별 자료를 바탕으로 이 회사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 후 버핏의 여러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각각의 거래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를 구분했다. 이후 금융정보그룹 모닝스타의 도움을 받아 각 포트폴리오의 배당금을 포함한 총 수익률을 계산했다. 해당 분석은 분기별 보유 주식의 비중 변화와 비상장주식 투자에 관한 부분은 포함하지 않았다. 또 버크셔가 SEC에 보고한 분기말 주가를 기준으로 매입·매각을 반영했기에 실적이 과소평가됐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장기 투자 신화’ 버핏과 달리 보유기간도 짧아

두 사람은 투자 방식도 버핏과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주식을 보유하는 가장 좋은 기간은 영원(forever)이다”라고 말한 버핏과 달리 두 후계자는 보유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실제 FT 분석에 따르면 버핏이 2010년 이후 63개 종목에 대해 평균 4년 3개월 동안 보유한 후 매각한 것과 비교해 콤스와 웨슬러는 48개 종목은 2년 10개월 만에 처분했다. 버핏 역시 두 사람의 합류 초기 한 인터뷰를 통해 “둘 중 한 명은 나보다 더 주식을 많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버핏이 소수 종목을 집중 투자하는 것과 달리 두 후계자는 더 많은 영역에 걸쳐 분산 투자하고 있었다. 버핏이 오랜 심사 숙고 끝에 투자 종목을 결정한다면 두 사람은 좀 더 확장적인 투자 행태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버핏은 자신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가 테크 종목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빅테크 종목에 대한 투자는 피해왔다. 2011년 예외적으로 IBM에 109억 달러를 베팅했지만 해당 투자가 실패로 끝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뒤늦게 애플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는데 버핏보다 먼저 애플을 사들인 것이 바로 두 후계자였다. 버핏은 콤스 혹은 웨슬러를 의미하는 듯한 ‘사무실 동료 중 한 명’이 애플에 대한 투자를 먼저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FT는 버크셔가 애플 주식을 수년에 걸쳐 거래해왔기에 수익률 분석이 쉽지 않다면서도 “지난해 말까지 애플로 최소 3배의 수익은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버크셔는 지난해 말 애플 주식 1000주를 매각했다고 보고했는데 매각 주체가 버핏인지 아니면 두 후계자 중 한 명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버핏이 없는 버크셔’ 괜찮을까.. 불안한 주주들

FT는 최근 애플 주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최근까지 버크셔 포트폴리오를 버틴 힘 중 하나라고 봤다. 그 밖의 포트폴리오에서 예상 외의 큰 손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FT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파라마운트글로벌에 대한 재앙적인 실패 사례를 들었다. 버크셔는 이 회사에 2022년 26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를 베팅했는데 이후 주가는 60% 이상 하락했다. 버핏은 지난해 연례 회의에서 이 거래를 누가 진행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콤스가 2012년 파라마운트 전신인 비아콤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보유 사실을 알린 신장 투석회사 다비타도 투자 기간 동안 S&P500을 밑도는 성과를 냈다.

93세 고령의 버핏 회장의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버핏이 없는 버크셔’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안이 깊어지는 이유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투자가 펀드매니저의 액티브 투자보다 낫다고 말하는 최근 같은 세상에서 두 투자 후계자가 버핏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버크셔의 존재 가치와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투자관리사 제이스턴앤드코(J Stern&Co)를 대리하는 투자자이자 버크셔의 주주인 크리스토퍼 로스바흐는 “버핏은 탁월한 투자 실적을 쌓아왔으며, 명확한 투자 원칙과 가이드라인에 대해 잘 소통해왔다”며 “두 사람이 이런 버핏의 투자 유산에 어떻게 기여하고 발전시킬 지를 이해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버핏 못 따라가는 버핏의 후계자들…'10년 수익률 시장 못 이겨'
워렌 버핏을 묘사한 스퀴시멜로가 2023년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성과를 평가하기에 10년은 짧다는 의견도 나온다. 버핏 역시 오랜 기간 흔들림 없는 투자를 하며 특히 석유 파동이나 2008년 금융 위기 등을 통해 수익률을 크게 개선한 바 있어서다. 또 두 사람의 투자 성과를 버핏과 비교하기에는 투자 환경 자체가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버핏 역시 오늘날에는 거액 투자자들이 투자할 만한 장기 투자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버크셔 주주이자 뉴욕의 투자사 더글라스윈스롭의 애널리스트인 제프 무스카텔로는 “버핏은 언제나 시간에 관대했다”며 조금 더 지켜볼 것을 권했다.

한편 버핏 회장은 오는 4일(현지시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사흘간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연다. 지금까지의 주총과 마찬가지로 콤스와 웨슬러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버핏의 단짝 찰리 멍거가 99세의 나이로 사망했기에 버핏 회장이 홀로 연단에 오를 전망이다.

콤스와 웨슬러는 누구?

버크셔는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수백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이다. 미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가이코와 화물열차 운영사 BNSF철도, 전력회사인 버크셔에너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버크셔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애플,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우량 기업의 투자 지분이다. 그리고 콤스와 웨슬러는 이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 위해 발굴된 인물들이다.

FT에 따르면 현재 53세인 콤스는 보험업에서 출발해 헤지펀드 등을 거쳐 2005년 자신의 펀드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 61세인 웨슬러는 재무 분석가로 시작해 사모펀드의 설립을 돕는 등의 활동을 하다 2000년 자신의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버핏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신문과 여러 간행물, 회사 연례 보고서 등을 열심히 읽는 사람들이라고 묘사해왔다. 콤스는 2017년 자신이 아침 7~8시에 출근해 12시간 동안 주로 독서를 하다가 퇴근한다고 했고 웨슬러는 한발 더 나아가 무역 간행물처럼 남들은 잘 읽지 않는 문서들을 읽는다는 식으로 차별화를 했다. 웨슬러는 2022년 한 인터뷰에서 “투자에서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사람들이 결국 똑같은 것을 읽는다는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중과 다른 인식을 갖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두 후계자는 선호하는 기업도 ‘매력적인 가격과 강력한 경영진 등’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에서 버핏과 비슷하다고 말하곤 했다.

버핏 역시 두 사람의 채용을 자신이 내린 “최고의 결정 중 하나”라며 지지해왔다. FT에 따르면 두 사람은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를 버핏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등 실제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버핏은 2017년 인터뷰에서 “그들은 주식을 사고 팔기 전에 저에게 확인받지 않아도 된다”며 “가끔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내게 이야기할 것이고, 가끔 내가 받은 월별 요약을 보고 그들이 무엇을 사고 팔았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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