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정점’에 베팅한 우리카드, 고금리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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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우리카드가 지난해 자금 조달 전략을 잘못 세운 탓에 올해 뼈아픈 성적을 받게 됐다. 호황기 때 수준으로 순익을 회복한 다른 금융지주계 카드사들과 달리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2일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카드 당기순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460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같은 중소형사인 하나카드는 165% 급증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고금리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2022년 1분기 순익을 웃돌았다.

2022~2024년 1분기 4대 금융지주 카드사 당기순이익 [자료=각 금융그룹]

우리카드 관계자는 “고금리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모르고 단기채 위주로 조달한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카드의 단기차입 의존도는 16.9%로 전년 말 6.9%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카드업계 평균은 6.7%였다. 지난해 우리카드의 단기차입 부채는 2조1659억원으로 전년 8320억원 대비 2.6배 급증했다.

올해 1분기도 이런 추세가 이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카드는 2조8550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대형사인 국민카드가 발행한 8000억원보다 3.6배 큰 규모다. 우리카드는 규모에 비해 공격적으로 단기물을 발행했다.

아울러 우리카드는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동성 리스크까지 불사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90일 커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세 분기 연속으로 100을 밑돌았다. 2분기 이상 연속으로 100을 밑돈 건 우리카드가 유일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우리카드의 90일 커버리지 비율은 69.1%였다. 이 수치는 9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 부채 대비 즉시 가용 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나타낸다. 작을수록 급작스러운 시장 충격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생각해 단기 조달을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선 단기 자금으로 해결하고 이후 금리가 내려갔을 때 중·장기물로 조달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4%대 금리 수준에서 카드채 3~5년물을 발행하지 않고 단기물로 버틴 뒤, 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 발행하려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반대로 장기물을 늘려 온 타사는 금리가 오를수록 비용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 2~3%대 금리로 5년물 이상 채권을 발행해 뒀을 경우, 4%대로 금리가 높아졌을 때 상대적으로 자금을 적게 조달해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향후 재무구조 내실화와 선제적인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를 통해 비용 증가를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손비용도 우리카드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우리카드의 충당금 적립액은 1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1030억원 대비 18.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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