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분양가④’갈팡질팡 정책’ 속 내집마련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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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내려, 공사비 올려, 공사비 내리고 분양가 올려’

최근 정부의 공사비 및 분양가 관련 정책을 보면 ‘청기 백기’ 게임이 떠오른다. 개발분담금 완화 등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과 물가 등에 맞춰 공사비를 올릴 수 있게 하는 상반된 방안을 동시에 내놔서다. 

자재비·인건비 등 공사비 포함 항목 비용이 줄줄이 인상한 상황에서 별다른 ‘묘수’가 없는 탓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인위적인 규제로 인해 가격이 급등한 만큼 섣부른 개입은 지양하되 장기적인 공급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그래픽=비즈워치

분양가 좀 내려봐, 공사비는 올리고?

정부는 급등한 분양가에 제동을 걸고 침체한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한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과 가격 인상을 허용하는 정책이 함께 나오자 분양가 방향성 예측이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우선 정부는 지난 3월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부과되는 개발부담금과 학교용지 부담금을 올해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게 골자다.

개발부담금은 택지 등 개발사업 시행자를 대상으로 개발 이익의 20~25%를 떼는 준조세다. 정부는 개발이익환수법을 고쳐 올해에 한해 수도권에 대한 개발부담금은 50%, 비수도권은 100% 감면하기로 했다. 

지난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비수도권 개발부담금 100% 감면’ 계획을 수도권까지 확장한 것이다. 올해 징수 예정이었던 개발부담금 규모는 4756억원으로 감면율만큼 개발 기업들의 부담이 낮아질 전망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은 아예 없앤다. 이 부담금은 학교용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0가구 이상 규모의 아파트(분양가격의 0.8%)나 단독주택용(1.4%) 토지를 분양하는 사업자에게 물리는 준조세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을 반영, 학교용지법을 개정해 부담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부담금 완화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게 목적이지만 이를 통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공사비 현실화’ 정책도 함께 시행했다. 이는 분양가 상승에 명분을 주는 정책이란 게 문제다. 

정부가 3월28일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은 공공 및 민간공사가 적정 공사비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공사의 경우 반복되는 유찰을 막기 위해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물가 반영기준 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간참여 공공주택은 물가 상승분, 유사 공사의 계약금액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지난해 대비 약 15% 올린다는 계획이다. 민간공사는 공사비 검증 인력 등 사전에 관련 전문가를 파견하고, 분쟁 발생 시 조정위원회를 통해 신속한 갈등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분양가 및 공사비 관련 지원 정책./그래픽=비즈워치

모든 건 ‘규제’ 탓? 분양가 앞날은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이같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 “묘수가 없는 탓”이라며 “건자재, 환율 등 주택 사업 환경을 보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구조라 정부도 수를 쓰기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로 공사비에 포함되는 자재비, 인건비 등이 줄줄이 오르자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0년 12월~2023년 12월) 철근 가격은 56.6%, 시멘트는 46.8% 각각 올랐다. 그 결과 서울의 경우 3.3㎡(1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말 대우건설은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을 3.3㎡(1평)당 1070만원으로 수주했다. 올 들어서는 용산구 남영동업무지구제2구역 재개발, 마포구 마포로1-10지구 재개발 등 비강남권도 평당 1000만원 이상의 공사비를 제안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의 경우 평당 공사비 1300만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분양가도 급등하면서 강남권이나 고급 아파트는 ‘평당 1억’도 우스워졌다. MDM플러스가 시행하는 서울 광진구 ‘포제스한강’의 3.3㎡ 평균 분양가는 1억3770만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루가 다르게 고분양가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의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억눌렀던 규제가 분양가 인상의 충격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상승기 때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가격을 제한하다가 이후 규제 완화, 공사비 인상 등이 본격화하자 가격 상승 충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두 대표는 “그동안 분양가 인상을 극도로 자제하려고 하다 보니 인상분이 있었는데도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며 “분양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자꾸 가격을 건드리고 통제하다 보니, 시장에서 느끼는 분양가 상승 체감이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가시밭길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경기 위축 등에 따라 주택 사업 환경이 더 척박해지면서 분양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분양 물량이 부족해지면 수요자들이 고분양가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청약에 나서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이미 분양가가 갈수록 오르자 ‘지금이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분양가 논란에도 청약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56만8620명으로 전월 대비(2556만3099명) 5521명 늘어났다. 

이에 고분양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섣불리 가격에 개입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공급 대책을 갖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두 대표는 “정부가 최근 나온 대책들의 실효성이 낮은 가운데 4월 위기설이 5월 위기설로 넘어가는 등 여전히 불안 요소들이 지뢰처럼 곳곳에 매복돼 있다”며 “인위적으로 가격을 건드릴 게 아니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찾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 공급 계획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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