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사망이 출산 5배…“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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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0년, 사망이 출산 5배…“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검토 필요”
자료제공=한반도비래연구원

합계출산율이나 외국 이민자 유입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2044년에는 지금보다 생산가능인구가 1000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60년이 되면 새로 태어나는 아이보다 죽는 사람이 5배 더 많아진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구구조 변화 추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가족제도나 이민에 대한 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일·가정 양립을 확보하기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강제하는 수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구문제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인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통계청·교육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 등 각 기관이 생산한 통계를 바탕으로 제작한 인구연표 ‘2024년에 보는 대한민국의 미래인구 40년’이 담겼다. 연표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지면서 여성 3명 중 1명이 무자녀가 된다. 2031년이면 국민 절반이 50세 이상이다. 2033년에는 만7세 아동 수가 22만 명으로 지난해(약 43만 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폐교가 속출할 예정이다. 2038년에는 현역 입영 대상자인 만 20세 인구 수가 20만 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국방력 유지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2047년이 되면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소멸위험’ 상태로 진입한다. 통상 65세 이상 고령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율이 0.5를 하회하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이와 함께 2050년이면 전국 주택 10채 중 1채는 빈집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해 65세 이상 노인 수는 1891만 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후 2065년에는 총 인구가 3천만명대(3969만 명)로 줄어든다.

2060년, 사망이 출산 5배…“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검토 필요”
자료제공=한반도비래연구원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전통적인 가족관념은 물론 이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봉오 국민대 교수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의 복원을 통해 출산율 반등을 시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족은 매우 다양해졌는데 아직도 법·제도·정책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비혼 동거 관계를 유지하는 시민은 상당한데 이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보호 방안이 전무하다. 모두를 챙기는 촘촘한 정책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 배재대 명예교수는 ‘이민 유입 국가’가 되는 것은 선진국의 징표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향적인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함께 인증 기관이 외국인을 직접 고용해 파견하는 형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농촌에서는 한시적 노동자 유입을 넘어 숙련 이민농 제도를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특정 지자체에 장기거주·취업하는 것을 조건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지역특화 이민 정책’이 지방 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출산율 하락 추세를 반전하는 데는 양육 지원을 중심으로 한 일·가정 양립이 핵심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모들이 양육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육아휴직 외에도 육아기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10.6%)이 상승세지만 여전히 여성(37.2%)과의 격차가 상당하다”며 “남성들의 육아 관련 제도 사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직장·사회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일정 시점까지는 남성의 육아 관련 제도 활용을 강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구구조 급변을 대비해 재정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부양비의 증가는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재정 악화로 인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일본의 국가채무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의 대부분이 사회복지 분야에 몰리면서 30여 년에 가까운 저성장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인프라 구축이나 교육·R&D 등 생산적인 분야 지출은 크게 늘지 않아 재정지출은 급증하는데도 성장은 침체했다는 내용이다. 양 교수는 “2070년대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이 192%에 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고 77.3%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며 “인구 변화에 대증요법으로 대처하면 많은 재정지출이 필요하다. 의무지출을 개혁하고 복지제도를 시장경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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