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언제 공매도 치고 싶댔나?”…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에도 개미들 불만

11

정부가 개인에게 불리했던 공매도 조건을 기관과 동일하게 맞추는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개인 투자자는 여전히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가를 떨어뜨리는 공매도 자체가 탐탁지 않은 것인데, 정부가 외려 개인의 공매도 문턱을 낮춰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기관이 여태껏 하던 걸 그대로 놔두겠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뉴스1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뉴스1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은 개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기존 120%에서 105%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담보 비율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건 예탁원과 증금이지만, 담보 비율은 이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105%라는 수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결정한 것이다.

담보 비율 105%란 과거엔 주식 100만원어치를 빌리려면 현금 120만원이 담보로 잡혔는데, 앞으로는 105만원만 내도 된다는 뜻이다. 담보 비율이 낮을수록 공매도를 하기 유리한데, 이번 발표를 보면 금융당국은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더 열어주겠다는 입장인 것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건전성을 고려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 공매도 담보 비율을 높게 잡는 게 좋지만, 글로벌 표준을 고려했을 때 그럴 수 없었다”며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고립될 수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4월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개최했다./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4월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개최했다./금융감독원

글로벌 표준을 고려했다는 금융당국의 설명처럼 우리나라 담보 비율은 해외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담보 비율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 합의지만, 시장 관행은 102%다. 유럽과 싱가포르 역시 시장 관행은 105%다. 홍콩은 아예 105%로 정해놨다. 일본은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하고 있다.

즉 금융당국은 기관의 담보비율을 기존보다 높이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개인의 불만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글로벌 관행을 고려해야 했기에 기관 담보비율은 손대지 않고 개인의 담보비율을 낮춘 셈이다.

이번 조치로 오히려 개인에게 유리한 환경이 됐다. 예탁원과 증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개인과 기관의 상환 기간 역시 ‘90일+필요시 연장’으로 통일시켰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일 뿐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기관은 대여자가 요구 시 90일 전이라도 즉시 갚아야 하지만, 개인은 90일 이내에 대여자가 중도 상환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해외 주요국은 기관의 공매도 상환 기간 제한이 없다. 다만 이는 장기로 빌리는 경우가 흔치 않아 만기를 두지 않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회의사당./뉴스1
국회의사당./뉴스1

새로운 공매도 조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개인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전문가 집단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이유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공매도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데도 금융당국이 문턱을 낮췄다고 지적한다.

주식을 사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주가의 상승분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무한대다. 반대로 손실은 주식에 투자한 원금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공매도는 반대다. 수익은 주가 하락분에서 대여한 주식의 이자를 뺀 값이지만, 손실은 무한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무한정 오르면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라도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공매도의 타이밍을 정말 잘 잡아도 수익률이 50% 될까 말까 한다”면서 “개인의 공매도 문턱을 너무 낮추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담보 비율과 상환 기간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