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된 김값…김밥가게 사장도 손님도 부담백배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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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줄 4000~5000원 수준

소상공인 체감 김값, 평소의 20%↑
김밥 프랜차이즈도 가격 인상 행렬
5월 ‘가정의 달’에도 외식 경기 위축 우려

김지영 기자 kjy42@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한 김밥집 메뉴판과 지하철 역사 내 꼬마김밥 메뉴판.

“김값 올랐으니 김밥 가격도 안 올리냐고요? 고객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 때문에 무작정 올리기 어려워요.”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10년째 김밥 가게를 운영 중인 이숙자(가명·60) 씨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김값에 따른 가격인상 계획을 묻자, 이같이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이 가게의 일반김밥은 4000원, 소고기김밥은 5000원이다. 이 씨는 “과거보다 김은 약 20% 더 비싸게 들여오고 있고, 다른 식재료 가격도 많이 올라 운영이 빠듯하다”면서 “가격이 서서히 올라야 우리도 대비를 하는데, 갑자기 확 오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신사동 일대 김밥가게 몇 군데를 돌아보니, 통상 일반김밥 가격은 4000~5000원 수준이었다. 속 재료에 따라 6000원에 달하는 김밥도 많았다.

서울보다 임대료가 낮은 경기도 광명 김밥집 사장 김혜숙(59) 씨도 최근 김값을 비롯한 원재료 상승에 고민이 많다. 김 씨 가게에서 기본 김밥은 3500원, 참치김밥은 4500원, 치즈김밥은 4000원이다. 그는 “3년째 장사 중인데 단골손님이 끊길까 봐 섣불리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네 장사다 보니 단골을 만들려 속재료를 듬뿍 넣는 편인데, 갈수록 남는 게 없어 양 조절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들의 말처럼 최근 김 원초 가격 상승으로 김값도 치솟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4월 김밥용 김(중품) 평균 도매가격은 100장당 1만 89원으로, 전년 같은 달(5603원)보다 80.1% 급등했다. 김밥 수출 수요가 늘면서 국내 김 공급이 줄었고, 일본·중국의 원초 작황 부진까지 겹친 결과다. 수산업관측센터는 김 도매가격이 12월까지 1만 원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가격이 오르자, 김밥 프랜차이즈도 가격인상 행렬이다. 바르다김선생은 지난달 제품 가격을 100~500원가량 인상했고, 마녀김밥도 3월 300~400원 인상했다. 이날 한 김밥 프랜차이즈에서 만난 회사원 서아연(32) 씨는 “김밥은 가성비 점심 메뉴였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며 “그렇다고 김밥 대신 제대로 된 식사 한 끼에 후식 커피까지 마시면 점심값만 2만 원에 달해 도시락을 쌀까 싶다”고 말했다.

11살·9살 자녀를 둔 김세빈(37) 씨는 “아이들이 김을 좋아하는데, 가격이 더 오를까 싶어 최근 마트에 가 잔뜩 사 왔다”며 “외식비가 많이 올라 집밥을 먹이려 하는데, 식재료 단가가 계속 비싸져 집밥도 금값”이라고 전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서울 시내 한 김밥 가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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