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구주매출 우려에… 현대마린솔루션, ‘따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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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이 투자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코스피에 입성했지만, 공모가 대비 96% 상승에 그쳤다. 공모가 최상단 확정과 동시에 공모주 청약에서도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뭉칫돈인 25조원이 몰려 흥행 기대를 높였지만,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에는 실패했다.

업계에선 상장 첫날 공모가 수익률이 떨어지는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더 큰 수익률을 좇기보다는 곧바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졌단 얘기다. 실제 이달 들어 상장한 4개 기업의 첫날 평균 수익률은 47% 수준으로, 지난 1월 대비 134%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제기됐던 고평가와 구주매출 우려도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구주매출 규모는 전체 공모주의 50%에 달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공모가 8만3400원 대비 96.52% 오른 16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IPO 최대어인 데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흥행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지난달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총 2021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201 대 1을 달성했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 가격으로 확정했으며, 공모가 기준 회사의 시가총액은 3조7100억원에 달했다.

이후 실시된 일반 청약에서도 255.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투자자들로부터 증거금 25조원을 끌어모았다. 이는 올해 들어 상장한 기업들 중 최고 수준이다. 공모주 청약에 성공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기관투자자까지 상장 후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이날 HD현대마린솔루션 주가는 공모가 대비 따블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월 시총 2조원 대어였던 에이피알(27%)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거뒀지만, 상반기 최대어였던 만큼 시장의 기대에는 부응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최근 IPO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첫날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인 것이 HD현대마린솔루션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에 다소 과열된 양상을 보였던 IPO 시장이 안정기를 찾으면서 기업들의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도 낮아지고 있다”며 “투자자들 역시 이런 추세를 고려해 눈높이를 낮추고 선제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상장한 4개 사(디앤디파마텍·민테크·코칩·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가 대비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47%였다. 지난 1월 상장한 4개 기업(스팩 제외) 수익률(181.7%)과 비교해 보면,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크게 내려간 셈이다.

상장을 앞두고 불거진 고평가 논란과 구주매출 이슈도 흥행 발목을 잡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공모가 산출에 활용한 주가수익비율(PER)이 31.5배로 확인되자, 시장에선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배수라고 지적했다. 통상 PER이 높으면 회사의 이익 수준보다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다.

큰 비중의 구주매출도 악재로 작용했다. 구주매출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공모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들어가기 때문에 투자 매력도를 반감시킨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대 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1520만주 중 445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는다. 이는 전체 공모주 대비 50%에 달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따블·따따블 등의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를 달성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늘 종가 기준으로 시총이 7조원을 넘어선 것은 시장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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