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3년간 연결 회사 391개 늘었다…내달 ‘리밸런싱’ 추진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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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0년 ‘파이낸셜스토리(Financial Story)’를 선포한 후 지난해까지 3년간 지주사 겸 투자전문회사 SK㈜의 연결 대상 기업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에너지, 친환경, 소재, 플랫폼 등 분야의 연결 회사가 크게 증가했는데, 주요 계열사 간 중복투자가 다수 확인되면서 그룹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의 연결 대상 기업은 716개로 2020년 325개와 비교해 120.3%가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195개의 기업이 SK㈜의 연결대상으로 포함되는 등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에는 티맵모빌리티 신설을 비롯해 에너지 분야 기업의 인수 및 설립이 주를 이뤘으며, 2021년에는 SK온의 설립과 더불어 친환경 및 소재 분야 투자에 집중됐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배터리와 친환경 분야 해외투자 법인이 증가했고, 반면 에너지 분야 자회사들은 다수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들의 중복투자도 발견된다. 전기차 충전 관련 투자는 SK㈜, SK E&S, SK네트웍스, SK에너지가 각자의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자회사도 시그넷, 에버차지, 일렉링크 등 다양하다.
 
수소 분야에서는 SK E&S와 SK가스가, 친환경 플라스틱 분야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SK케미칼이 각자의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플라스틱 분야 투자에 있어서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가 다수 진행됐다. 동박 분야에서도 SK㈜와 SKC가, 실리콘음극재 분야에서는 SK머티리얼즈와 SKC가 같거나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다.
 
복수의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중복투자는 계열사 간의 동반성장 효과를 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경쟁 관계가 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2배 이상 증가한 연결회사 중에서 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넥실리스 등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도 있지만 실패사례도 다수 발견된다.
 
대표적인 사업이 지난해 콜옵션(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포기하면서 FI(재무적투자자) 중심으로 매각이 진행 중인 11번가다. 그룹의 사업 방향과는 다소 이질적인 온라인커머스 사업은 당초의 기대와 달리 그룹 내 시너지 효과도 낮을 뿐 아니라 적자경영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번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58억원이다.

투자실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11번가의 모회사이자 그룹의 중간 지주사격인 SK스퀘어는 그린랩스를 투자금 전액 손실 처리했고, 빗썸메타는 운영을 중단했다. 또 가상자산거래소 코빗도 사실상 실패를 시인하고 매각을 진행 중이다.
 
SK그룹 관계자 및 재계 인사에 따르면 최 회장을 비롯한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각 사업을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다음 달 예정된 확대경영회의에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소극적인 사후처리로 논란을 빚은 11번가, 그린랩스, 빗썸메타, 코빗 등에 대한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섬과 동시에 일부 중복투자에 대한 합병작업 등도 검토될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내년부터는 신규 포함되는 연결회사 수보다 정리되는 회사의 수가 많아지면서 몸집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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