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불황’ 패션업계, 돌파구 마련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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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들이 소비 침체 탓에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패션 시장의 불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패션업체들은 새 성장동력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소비 침체 ‘직격탄’

F&F의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50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5% 감소한 1302억원에 머물렀다. 모두 시장 예상을 밑도는 수치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으나 국내 시장이 문제였다. F&F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MLB의 견조한 브랜드력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며 전년 대비 14% 성장했고 홍콩, 동남아 시장에서의 고성장도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국내 매출과 이익률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섬도 마찬가지다. 한섬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3936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40.2% 감소한 326억원에 그쳤다. 국내 의류 소비가 위축되면서 매출액이 감소했고 신규 브랜드 론칭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도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의 상황도 비슷하다. 코오롱FnC의 1분기 매출액은 저년 대비 1.9% 감소한 2740억원, 영업이익은 57.1% 줄어든 24억원이었다. 아웃도어와 골프웨어 브랜드가 매출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했으나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수입 패션 브랜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그나마 선방한 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1분기 매출액이 5170억원, 영업이익이 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 5.3% 감소했다. 삼성패션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으로 소비재인 의류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은 3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9% 증가한 112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사업이 역대 최대인 매출 1043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부문의 매출액은 2051억원으로 전년 보다 6.9% 역신장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어그’, ‘릭 오웬스’ 등 수입 패션 브랜드가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매출 하락을 막지 못했다.

새 먹거리 찾아 분주

패션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이 악화한 상태이다. LF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9.0% 줄었고,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각각 57.7%, 40.3%씩 줄었다. 이 같은 흐름이 1분기까지 지속되면서 올해도 패션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 탓에 지난해 FW시즌부터 국내 패션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패션업체들은 신규 브랜드 론칭과 해외 시장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에 나섰다. 한섬은 미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겸 스트리트 브랜드 ‘키스’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올 상반기 중 서울 성수동에 국내 1호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시스템’의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메종키츠네’, ‘아미’와 같은 새로운 신명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비이커’, ’10 꼬르소 꼬모’ 등 편집숍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규 브랜드도 발굴한다.

코오롱FnC는 트레일 러닝 분야로 아웃도어 카테고리를 확장한다. 또 올해 초 출범한 차이나TF를 통해 코오롱스포츠 차이나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한편 ‘왁’의 중국 시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효율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성장성 높은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또 자체 브랜드 성장을 위한 투자도 단행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회사 신세계톰보이는 ‘스튜디오 톰보이’, ‘보브’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종은 경기 흐름에 민감한 업종인만큼 최근 수년간 지속하고 있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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