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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지우기” 김정은, 4년째 김정은 무덤 참배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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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14주년을 맞은 태양절.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는 박태성 내각총리,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당·정·군 최고위 간부들이 줄지어 섰다. 그러나 정작 그 자리에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없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꽃바구니를 보냈다”고만 짧게 전했다. 참배했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것이 4년 연속이다.

김정은이 마지막으로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은 2022년. 김일성 사망 110주년이라는 정주년(10년 단위 기념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건 올해 2월이었다. 친부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에도 김정은은 참배하지 않았다. 아버지 시신이 안치된 궁전을, 아들이 외면한 것이다.

김정은은 2012년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직후부터 해마다 태양절과 광명성절에 고위 간부들을 거느리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왔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에 처음 불참한 것을 제외하면, 2021년과 2022년에는 부인 리설주와 함께 성실히 참배를 이어갔다. 그런 그가 왜 2023년을 기점으로 돌연 발길을 끊었는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선대 지우기”가 시작됐다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지난 4년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홀로서기의 일환”이라며 “현장을 중시하고 일하는 군사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집권 초기에는 백두혈통의 정통성, 즉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권력이 완전히 안정화된 지금은 더 이상 선대에 무릎 꿇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증거는 참배 거부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열린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간부들이 기존의 김일성·김정일 배지 대신 김정은 단독 얼굴 배지를 착용한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54년간 유지돼 온 “사회주의헌법”이라는 명칭에서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삭제됐다. 그냥 “헌법”이다. 김정은의 호칭도 “공화국 최고수위”에서 “국가수반”으로 격상됐다.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표현 자체의 사용 빈도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북한이 수십 년간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온 ‘태양절’과 ‘광명성절’이라는 명칭조차 2024년부터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김정은이 그날 간 곳은 무덤이 아니었다. 포사격 경기장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태양절을 맞아 조직된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대연합부대 관하 포병구분대들의 포사격 경기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우승 부대인 수도방어군단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포병 무력의 적극적 활용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역설했다. 아버지의 무덤 대신 포탄이 터지는 훈련장을 택한 것이다.

북한 체제의 상징이었던 ‘3대 세습의 성지’가 이제는 김정은에게 거추장스러운 유물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했다.

13세의 딸, 김주애.

지난 1월 1일, 조선로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일가족의 사진이 실렸다. 김정은은 뒤로 물러났고, 정중앙에 선 인물은 그의 딸이었다. 김정은이 4년째 거부해온 그 자리를, 딸이 채운 것이다.

선대를 지우고, 후대를 세운다. 김정은의 ‘홀로서기’ 시나리오는 이미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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