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뺏길 위기’…승자의 저주에 빠진 카카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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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로 불리던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룹의 핵심 경영자들이 주가 시세조종 의혹에 휩싸인 데다,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모두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난 뒤 생긴 일입니다. 이를 두고 카카오가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다소 길지만, 카카오와 SM, 하이브, 행동주의 펀드가 얽힌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행동주의 펀드, SM을 공격하다

사건의 전말을 알려면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였던 얼라인은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경영방식과 SM엔터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SM엔터라는 회사가 적절한 매출을 내지 못하고 주가도 잘 오르지 않는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얼라인 펀드는 잘못된 경영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SM엔터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SM엔터 경영권을 순식간에 확보할 수는 없겠죠? 이 전 프로듀서가 보유하던 지분 18.46%를 넘으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2022년 3월 SM엔터에 ‘주주서한’을 보냅니다. 회사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경영진에게 보내는 편지가 주주서한입니다. 여기서 라이크 기획과의 프로듀서 용역계약을 종료하라고 주장하죠.

여기서 잠깐. 라이크 기획이란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확보한 회사입니다. SM엔터는 2015년부터 매출의 최대 6%를 라이크기획에 제공해왔고요. 얼라인에 따르면 이 전 프로듀서는 기존 발매음원 수익의 로열티 6%를 2092년까지 받게 돼 있었습니다.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회삿돈을 이 전 프로듀서가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는 게 얼라인의 요지였습니다.

이후 얼라인은 또다시 주주서한을 보내고, 주주대표소송제기권을 행사하고,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개입을 위해 지분확보에 나서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지분을 확보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얼라인 펀드로서는 자금을 가진 세력이 필요했죠. 우군으로 등장한 기업은 카카오였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이랬습니다. 얼라인은 SM엔터 이사회를 동원해 주식 123만주를 발행하게 합니다. 발행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했습니다. 쉽게 말해 특정인에게 돈을 내고 주식을 획득할 수 있게 했다는 뜻입니다. 카카오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전환사채)을 통해 114만주도 확보했습니다. 이로써 지분 9.05%를 가진 2대 주주가 됐죠.

‘SM 인수’ 두고 맞붙은 카카오와 하이브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회사를 뺏길 위기에 처한 이 전 프로듀서가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 전 프로듀서는 ‘백기사’ 전략을 썼습니다. 백기사는 기업에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이뤄질 때 경영진이 우호 세력을 찾아 자신의 지분을 넘겨버리는 방어책입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백기사는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였죠. 하이브는 곧바로 SM엔터 지분 14.8%를 4228억원에 확보합니다.

누가 SM엔터를 차지할지를 두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맞붙었습니다. 선공은 하이브였습니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전략을 썼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시장에서 일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공표한 거죠. 가격은 보통 시장가보다 프리미엄을 높게 붙여 설정하는데,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합니다. 이를 통해 SM엔터 발행주식 25%(595만1826주)를 확보해 총 39.8%의 지분을 완성하는 게 목표였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략은 실패하고 맙니다.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은 0.98%에 불과했죠. 목표였던 25%보다 한참 모자라는 성적입니다. 이유는 주가 탓이었습니다. SM엔터 주가가 12만원을 한참 웃돌면서 살 수 있는 주식이 없었던 겁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반격에 나섭니다. 3월 24일부터 SM엔터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양사가 절반씩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시작한 거죠. 이후 하이브는 SM엔터 경영권 취득을 철회하고 카카오에 주식을 넘기기로 합니다. 보유지분 15.7%를 처분하죠. 결국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SM엔터 지분 39.87%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SM엔터 인수전은 카카오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카카오의 SM 인수, 독이 든 성배가 되다

그런데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돌연 SM엔터 인수전에서 카카오의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며 강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이브는 SM엔터 주가가 치솟으면서 공개매수에 실패한 바 있죠. 수사당국에서는 당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이 SM엔터에 대량 매수주문을 넣어 주가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공모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죠.

수사는 윗선을 향해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 등이 소환조사를 받았습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구속됐고요. 금감원 특사경은 김범수 전 의장까지 불러 16시간가량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습니다.

만약 카카오 법인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위험이 커집니다. 현행법에서는 인터넷은행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기 위한 조건이 규정돼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죠.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을 팔게 되면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27.17%)이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됩니다.

카카오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합법적인 거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수사당국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도 저희가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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