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토박이 젊은 부부가 ‘제주도’로 내려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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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남자와 결혼해 제주도에 내려와 산지 10개월 차인 로운입니다. 우리만의 공간을 꾸리기 위해 내려온 제주도에서 작은 마을 한동리의 작은 집을 발견해,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밤에는 개구리 소리에 잠에 들고, 아침에는 지빠귀 소리에 잠을 깰 수 있는, 적은 이웃들과 넓은 밭들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집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1. 도면

대지는 104평, 집 평수는 21평, 다락이 9평 정도인 소박한 작은 집이에요. 안방과 손님방으로 방 2개가 있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작은 다락이 있습니다.

2. 외관

저희 집은 대략 2019년도에 지어진 작은 단독 주택이에요.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아기자기한 마당과 비스듬한 처마,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던 빈티지한 나무 문이 마음을 끌었어요.

낡은 구옥의 매력을 품은 집과 고민하다, 왠지 모를 이끌림이 자꾸 마음에 걸려 결국 이 집을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사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어 아직 인테리어가 완성은 아니지만, 시작하는 모습을 함께 공유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이에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집에서 시간 보내기 좋아하는 부부와 두 강아지의 공간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3. 침실

이사오면서 꼭 바꾸고 싶었던 매트리스! 원래 오늘의집에서 베스트에 있는 매트리스를 썼는데 허리가 자주 아파서, 요번에 지누스로 바꿨어요.

이전에는 바닥에 깔개만 두고 매트리스를 올렸는데 지겨워서 고민하다가 지누스 프레임도 구매하게 되었는데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블랙 프레임을 가리시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이렇게 살려 놔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신혼집과 제주 첫 번째 집을 거칠 때까지는 마땅히 쉴 장소가 없어서 책도, 쉼도, 놀이도 모두 침실에서 이뤄지곤 했는데요, 이번 집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공간 분리가 되어 침실은 가장 심플하게 두기로 했어요. 그래서 딱 침대와 협탁, 그리고 안 보이는 맞은편에 거울 하나만 둬서 잠자는 장소로만 사용하고 있어요.

공간이 분리되니 휴식도 더 편안해지고, 잠도 더욱 쾌적해졌어요. 남편과 저는 추위와 더위를 타는 게 달라, 이불을 각각 쓰고 있는데요. 쉐누아 파리의 차렵 이불은 겨울에도 여름에도 덮기 좋은 포근함으로 애용하고 있어요. 벌써 쓴 지 일 년이 조금 넘은 것 같아요.

4. 주방

이사 들어오면서 1층 도배만 진행했었는데요, 전체적으로 집 톤이 파랑이었어요. 싱크대의 진한 남색 톤이 벌써 지겹기도 해서 고민하다가 필름지 시공을 진행했습니다.

원래는 화이트로 하려다, 요즘 한참 꽂혔던 버터색 하부장이 하고 싶어서 조심스레 물어보니 가능하시다는 답변을 받고 바로 진행했어요. 위의 거슬리던 검정 조명도 같이 바꿔보았습니다.

짜잔! 훨씬 환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았나요? 흰색으로 했으면 상부장 없이 넓은 주방이 너무 차가운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시공하고 나니 훨씬 아름다운 모습에 혼자 베실베실 웃곤 했답니다. 주방은 좀 더 꾸며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아직 사는 게 바빠서 많은 시도는 안 해봤어요. 천천히, 하나씩 바꿔보려고 합니다.

원래 설치되어 있던 나무 선반에 좋아하는 친구의 도자기 작품들을 얹어놓고 싶어 의뢰해서 만들어진, 하나 뿐인 도자기들이에요.

올려놓기만 해도 작품 같고, 가끔 꺼내서 쓰면 기분도 좋아요. 송파에 있는 ‘온요’라는 공방에서 태어난 도자기들이랍니다. 앞으로도 종종 생각나는 작업이 있으면 부탁하려고 해요.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면 해가 조금씩 뜨는 걸 지켜볼 수 있는데요, 이사 온 다음 날 이 풍경을 보며 아, 오길 잘했다, 생각했답니다.

5. 복층 서재

저와 구름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 복층입니다.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이 공간을 보자마자 서재로 꾸며야겠다 마음먹었어요.

가장 아끼는 가구들과 새로운 가구들을 준비해서 꾸며서, 집에서 쉬는 날 오래오래 머물러도 질리지 않은 공간으로 꾸미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원래 가지고 있던 가구들에서 고르고, 또 허전한 공간엔 새로운 가구들을 주문하여 가장 공들여 꾸민 공간입니다.

처음 신혼집에 살 때 미어터지는 책들을 어떻게 할까, 마음에 드는 책장이 없어서 고민하다 알게 된 이케아 휠리스 선반을 아주 잘 사용하고 있어요. 육지에 살 때는 광명점에 찾아가서 사곤 했는데, 제주도는 워낙 배송비가 많이 들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가성비 최고!

견고하진 않지만 아름답고, 가격도 무척이나 저렴해서 복층에 이미 4개가 자리 잡고 있어요. 그중 하나인 이 선반은 각종 귀여움을 담당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선물 받은 아이템들 위주로 꾸며보았습니다. 이 집에 이사 올 때 문 앞에 걸고 싶어 주문했다가, 너무 아름답고 아까워서 전시해 둔 정혜지 디자이너의 ‘2023 입춘첩’을 메인으로, 귀여운 포인트들을 모아보았습니다.

2023 리빙디자인페어 갔을 때 챙겨온 레어로우의 포스터도 한쪽 포인트로 잘 사용하고 있어요.

곳곳에 숨어 있는 ‘온요’ 공방의 도자기들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죠. 이 고블릿 잔은 특히 제주 깊은 바닷속 포말이 일어나는 듯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작품이에요.

뒤에는 술을 좋아하는 제게 소중한 친구가 사다 준 일본의 술이 들어간 사탕과 잉크에요. 올려두기만 해도 아름다운 오브제들입니다.

책 읽는 걸 즐기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곁에 두는 걸 좋아하는 제게 빼곡한 책장은 마음의 안정을 줍니다. 원래 책장 한 개로 시작하여 벌써 세 개까지 늘어났는데요,

제주도는 사랑하는 교보문고가 곁에 없어, 읽고 싶은 책을 쉽게 구할 수 없어 당분간은 계속해서 책이 늘어날 것 같아요. 비는 시간에 뭘 읽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요즘입니다.

그리고 한쪽 코너가 비어있어 고민하다가, 저만의 큐레이션 서재를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틸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가구들을 찬찬히 둘러보다 발견한 행잉 스터프의 미니 선반을 베이스로 차가운 느낌에 따스한 책을 얹어보자, 생각하고 몇 가지 가구와 소품을 주문했습니다.

bfd는 한남동에 있는 쇼룸을 보고 반하게 된 브랜드인데요, 특히 이 작은 소품이 아기자기한 종이들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제게 여러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아 실물을 본 뒤 마음에 남아 주문했어요. 아직 아름답게 꾸미지는 못했지만, 반투명한 유리에 흐릿하게 보이는 종이들이 매력적인 제품이에요.

제주도 송당에 좋아하는 소품 가게 ‘Far and East’에서 사 온 손 모양 홀더에 제가 찍은 사진을 꽂아 포인트로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집에 사용된 대부분의 사진은 제가 찍어온 사진들인데요, 앞으로도 최대한 제가 찍은 사진들을 활용한 액자로 꾸며보려고 하고 있어요.

해외에서 날아온 아르떼미테 마이크로 핀자 조명도 한 포인트로 사용해 보았어요. 스틸+스틸=무척이나 아름다움. 요즘 빠져있는 무드에요. 밤에 멍-때릴 때 이 조명을 켜놓고 구경만 하고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진답니다.

책장에는 가장 사랑하는 도서와, 앞으로 읽을 안 읽은 책들을 모아두었어요. 요즘 책들은 올려놓기만 해도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다워서 포인트로도 좋네요.

두 번째 칸에 올려둔 그림은 아씨시에서 데려온 작품인데요, 아씨시 성당 프레스코 기법과 동일하게 작업한 풍경으로 제가 사랑하는 성 프란체스코의 삶이 담겨 있어요. 여행할 당시 제주도 이사 가면 집 한쪽에 평화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두려고 했는데 드디어 알맞은 자리를 찾게 되어 기뻐요.

6. Bonus! 복층에서 누리는 즐거운 삶

퇴근하고 체력이 괜찮을 때면, 복층에 올라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올라오면 같이 따라오는 구름이와 함께 구름이는 소파에서, 저는 러그 위에 엎드려 책을 읽곤 해요.

새로 생긴 정원을 꾸미기 위해 유튜브와 책을 보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하나씩 손으로 적어나가는 ‘정원일기’도 시작했어요. 새로운 식물이 들어오면 하나씩 그림을 그리고 식물의 특징을 공부하곤 해요.

금요일 밤이 되면 온가족이 올라가 남편은 플레이스테이션을 하고, 저는 유튜브로 재즈를 틀어두고 동물의 숲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보내요. 힘들었던 평일의 피로가 찬찬히 녹아내리는 시간입니다.

마치며

이사 온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어 모든 것이 어설프고, 온전히 우리 집다워지려면 세월이 필요해요. 그래도 처음 집을 계약하고 천천히 머릿속으로 그려나가던 풍경을 하나씩 만들어 내고, 인제야 자리를 잡은 듯한 집에서 온전히 휴식을 취할 때,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마당에 아름다운 꽃들도 꾸미고, 서재도 좀 더 편안하게 꾸며가며 저희의 색이 묻어나는 공간으로 가꿔나가려고 합니다.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언젠가 시간이 흘러 저희만의 공간이 더욱 진해졌을 때,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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