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도래한 프롭테크 업계… ‘콘테크’ 성공여부도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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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IT 기술을 융합한 ‘프롭테크(Proptech)’ 산업이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국내 벤처투자가 위축되면서 투자가 저조해지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감소했다. 프롭테크 기업들은 건설기술과 IT를 융합한 ‘콘테크(Con-Tech)’ 등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국내 대표 프롭테크 기업인 직방(왼쪽)과 다방의 CI(기업통합이미지) / 각사 제공
국내 대표 프롭테크 기업인 직방(왼쪽)과 다방의 CI(기업통합이미지) / 각사 제공

9일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프롭테크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1307억원에 그쳤다. 프롭테크 기업들의 투자 유치액은 2021년 2조694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2년 1조204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55% 급감했다.

투자액 감소는 실적 부진으로 연결된다.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인 ‘직방’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378억원으로 전년도 손실액인 370억원보다 커졌다. 상업용부동산 전문기업인 알스퀘어도 영업손실 규모가 2022년 92억원에서 지난해 238억원으로 늘었고, 부동산R114도 같은 기간 5억원에서 33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프롭테크사들은 그동안 기술만 보유했을 뿐 수익모델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꼽혔다. 부동산 중개와 관련해 광고수익 의존도가 높아 경쟁이 치열했다. 또 2015년을 기점으로 주택시장이 호황기에 진입하면서 창업한 프롭테크사들이 많아 부동산 침체기를 경험한 기업이 많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프롭테크 기업이 외부 변수를 줄이고 견고한 수익모델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단순 중개나 데이터 제공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차별적인 솔루션 제공이 필요하다”며 “최근 업계에서는 비효율성이 강했던 건설 현장에 공정 혁신을 추구하는 ‘콘테크’ 기업에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콘테크는 건설(construc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가상현실·증강현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의 기술을 건설 현장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부동산 산업에서 디지털 기술 또는 플랫폼 경제를 접목시킨 기술을 뜻하는 프롭테크의 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콘테크는 현장의 디지털화와 자동화 등으로 비용 상승을 막아 건설사들이 직면해있던 원가 급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겨져왔다.

어반베이스 3D 인테리어를 활용하는 모습. /어반베이스
어반베이스 3D 인테리어를 활용하는 모습. /어반베이스

그러나 한국의 콘테크는 프롭테크 투자액 중 4%를 점유하는 데 불과한 상황이다. 미국의 콘테크 시장은 지난 10년간 1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프롭테크 투자액 중 17%를 점유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개나 관리 측면보다 개발이나 시공으로 갈수록 보수적이고 느린 디지털 전환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1세대 콘테크 기업도 휘청이는 모습이다. 기업가치 4000억원을 인정받고 삼성·한화·신세계 등의 투자를 받았던 대표적 콘테크 기업이었던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경영난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어반베이스는 2D도면을 3D도면으로 전환하는 모델링 기술을 보유했고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결합한 AR앱서비스를 제공했다.

전문가는 콘테크 스타트업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요를 세밀하게 세분화해 틈새시장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설명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저감, 노동인력 부족 등으로 건설업계는 혁신 기술 채택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기술 자체만으로는 사업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며 “콘테크의 주요 수요처인 대형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의 어려움 등으로 스타트업과의 협업보다 내부 자원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콘테크 기업들은 수요자에게 명확한 이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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