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포스트 엔비디아’ 도전…“SW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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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사피온 합병 추진

3분기 중 본계약…연내 합병법인 출범

“엔비디아 경쟁력은 ‘쿠다’…SW 개발 힘 합쳐야”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전경. ⓒSK텔레콤

SK텔레콤과 KT가 ‘한국판 엔비디아’ 육성에 의기투합한다. 토종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에 뜻을 모으면서다. 일각에선 AI 칩 자체 보다는 AI 기술 구현의 관문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양사가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간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양사는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 타임’으로 보고, 국내 AI 반도체 기업간 대승적 통합을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전쟁에 나설 국가대표 기업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양사 합병’ 추진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리벨리온의 사피온 흡수다. 리벨리온과 사피온 합병은 올 들어 수 개월간 논의돼왔다. SK텔레콤과 리벨리온은 합병 주체로서 이 논의를 은밀하게 진행했으며,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이를 뒤늦게 알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리벨리온이 사피온을 흡수하는 형태인 만큼 합병 비율 조정 과정에서 사피온의 주식이 리벨리온 주식보다 낮게 평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벨리온 1주당 사피온 여러 주를 교환하는 식이다.

SK텔레콤과 리벨리온은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3분기 중으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합병 이후 SK텔레콤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피온의 주주사인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도 지원에 나선다. 리벨리온 전략적 투자사인 KT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2년간 두 번에 걸쳐 리벨리온에 총 66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사피온은 지난 2016년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된 AI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차세대 AI 반도체 ‘X330’을 공개하는 등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엣지 서비스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공동 창업한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창립 이후 3년간 2개의 제품을 출시하며 기업가치 8800억원을 인정받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리벨리온의 두 번째 제품인 AI 반도체 ‘아톰’은 지난해 신경망처리장치(NPU)로서는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에서 상용화됐으며, 올해 양산에 돌입했다. 리벨리온은 동시에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을 개발 중이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인 만큼 양사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국내 AI 반도체 업체들이 각각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개발 첫 단계에서는 각자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2세대 AI 반도체가 나오는 시점에서는 잘하는 쪽에 힘을 몰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사 시너지는 AI 칩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교수는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쿠다’에 있다”며 “리벨리온과 사피온도 각각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데, 인력을 합치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다는 AI 개발 플랫폼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작동한다.

김 교수는 이어 “칩은 각자 잘 만들고 있기 때문에 큰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AI 스타트업 대부분은 업계 1위인 엔비디아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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